‘여심 사냥꾼’ 강동원이 설 연휴 극장가를 접수한다. 일본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한 범죄 드라마 영화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를 통해서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1987’(감독 장준환) 이후 2개월 만인데 그는 올해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차기작 ‘골든 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택배기사 건우의 도주 과정을 그린다. 잘생긴 배우로 유명한 강동원이 보통의 남자 건우로 분한 데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뛰고 구르고 맞는다. 그의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인 것. 비틀즈의 명곡 ‘골든 슬럼버’의 선율과 긴박한 암살사건이라는 상반된 도입부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 영화는, 거대 권력에 맞선 소시민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강동원은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친구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스토리가 한국적 정서인 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원작과 달리 작품의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을 거 같았다”며 “제가 7년 전에 제작사에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했을 때 이 정도로 구체화되진 않았었는데 회의를 하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점점 구체화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2010년 원작 소설을 읽고 제작사에 영화화를 제안했다. 7년간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거친 끝에 2017년 1월 크랭크인했고 4개월 동안 촬영을 진행했다. '골든 슬럼버'는 쫓고 쫓기는 도주극 안에 고교 동창 친구들의 우정이 더해져 범죄극과 현실 드라마를 넘나드는 재미를 창조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결국엔 현 시대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나 미래를 이야기할 때도 그 상황에 깊이를 불어넣는 게 아닌가 싶다. 연기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연기를 할수록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방향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무거운 주제만이 아니라 즐거운 방향으로도 재미를 드리고 싶다. 관객들이 기대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쫓기게 된 건우와 누군가 그를 추격하는 과정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몰입도를 높인다. 살아남기 위해선 도망쳐야 하지만 그럴수록 남은 친구들이 위험해지는 모순은 극적인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강동원이 현실에 기반한 인물의 특징을 살려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줬다. 한없이 착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건우의 얼굴이 아닐까.
그는 “저는 (알려진 것이나 보이는 것과 다르게)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 어릴 때 논두렁에서 학교를 다녔고(웃음), 기숙사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기숙사 생활도 해봤다.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까지 그렇게 살았는데, 데뷔하고 나서도 (초기에는)사무실에 얹혀살기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진짜 평범하게 살다가 데뷔하고 나서 이렇게 된 거다. 지금도 숨어 다니는 것 빼곤 사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게 똑같다. 어쩔 수 없다(웃음)”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언젠가부터 제가 돈 많은 집에서 자랐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제가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그 얘기를 안 믿어주더라(웃음). 그런 분위기가 이미 만들어졌는데 누가 그걸 믿느냐고 하시더라”며 “유치원도 누나를 따라 다녔는데, 어느 순간 부잣집 아들이 돼 있더라. 저도 이런 얘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전혀 아니다”라고 부잣집 아들이라는 소문에 대해 해명했다.
장준환 감독의 ‘1987’에서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아 특별출연했지만 강동원이 전한 진심 가득한 연기는 여전히 관객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남아있다.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1987년이라는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매 순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 달 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서울 용산CGV에서 ‘1987’을 깜짝 관람한 가운데 강동원도 이날 함께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무대에서 그는 북받쳐 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강동원은 이날 “제가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다. 근데 그 날 아침부터 여러 가지 상황들이 저를 슬프게 만들었다”며 “관객들과 같이 영화를 봤는데 곳곳에서 (관객들의)비명소리와 울음 소리가 들려서 저 역시 너무 괴롭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을 촬영 중인 강동원은 작업을 마치고 나서 오는 3월 유럽으로 떠난다. 미국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재난 액션영화 ‘쓰나미 LA'(Tsunami LA’)에 합류할 계획인 것. 이 영화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역사상 가장 큰 쓰나미가 도시를 강타하고 대량 살상을 초래한다는 내용을 그린 재난 영화이다.
현재 영국에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진행 중이며 3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해 2019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동원은 “출연과정은 복잡하다. 다른 작품을 이야기하다가 하게 됐다. 수족관에서 일하는 서퍼(surfer)인데 서핑을 하진 않는다.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는 정의로운 캐릭터다. 한국 사람인데 전부 영어 대사로 한다”고 간략하게 설명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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