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에서 진심 어린 연기로 호평 받은 강동원.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아 짧은 시간 특별출연했지만, 그가 전한 감동은 영화가 끝나고서도 길게 가슴속에 남아 있다.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1987년이라는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매 순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 달 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서울 용산CGV에서 ‘1987’을 깜짝 관람한 가운데 강동원도 이날 함께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의 말을 건넸다. 무대에서 그는 북받쳐 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심정으로 영화에 참여했고 작업을 마친 뒤 한참 지났음에도 여전히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강동원의 눈물은 ‘1987’에 대한 감동을 증폭시키며 영화에 많은 사람들의 진심이 담겼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강동원은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 날을 떠올리며 "(일반 시사회에 참석하기로 한)당일 아침부터 사건의 당사자들, 피해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그 날 참석한 건 어머님(이한열 열사의 친엄마 배은심 여사)이 저 없이 도저히 영화를 못 보겠다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저랑 같이 보면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셔서 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강동원은 "원래 광주에서 일반 시사회를 하기로 했었는데 어머니가 아침에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시더라. (서울로 올라오셨는데)결국 마음이 바뀌셔서 영화를 못 보겠다고 하시더라. 근데 제가 또 안 가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면서 "그 날 아침에 교도관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셔서 어머님에게 ‘30년 동안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씀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파)너무 힘들었다. 저도 그 날 관객들과 같이 영화를 봤는데 (이한열 열사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보시고)곳곳에서 비명 소리도 들리고 울음 소리도들었다. 저 역시 너무 괴롭더라"고 당시의 감정을 전했다.
강동원은 그러면서 "영화 관람 후 무대인사를 위해 올라갔는데, 갑자기 장준환 감독님이 우시더라. 감독님이 마이크를 잡고 앞을 보고 우셨다면, 저는 뒤를 보고 울었다(웃음).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故 이한열 열사는 연세대 동아리 만화사랑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반 전두환 운동에 가담해 1987년 6월 시위 참여 도중 전경이 쏜 최루탄을 맞고 사망했다. 6월 항쟁과 6·29 선언의 도화선이 된 인물. 강동원은 시나리오 상 ‘잘생긴 남학생’ 역을 맡았는데 영화가 개봉된 이후 그가 맡은 인물이 이한열 열사였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공개됐다.
강동원은 이한열을 소화하기 위해 당대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부터 역사자료를 공부하며 준비했다.(인터뷰④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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