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31·SK)의 2015년 연봉은 1억4000만 원이었다. 2016년은 1억8000만 원, 그리고 지난해는 2억8000만 원이었다. 꾸준히 연봉이 뛰었다는 것은, 그만큼 실적이 계속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덧 김성현은 SK 내야의 중심축이 되어 있었다.
그랬던 김성현은 2018년 연봉 협상에서 모처럼의 삭감을 맛봤다. 3000만 원이 깎인 2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성적이 내리막을 탔기 때문이다. 김성현은 지난해 130경기에서 타율 2할7푼1리, 4홈런, 2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74에 머물렀다. 김성현의 2016년 성적은 138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8홈런, 65타점, OPS 0.794였다. 하락 그래프가 꽤 가팔랐다.
특별히 준비 과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좋았을 때의 루틴에서 크게 벗어난 적은 없었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특별히 손을 댄 곳은 없었다. 주위에서 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잔부상이다. 김성현은 지난해 오키나와 캠프 당시부터 몸 이곳저곳이 좋지 않았다. 꾸준히 재활을 해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100%가 아닌 상태에서 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김성현은 이에 대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않는다. 오직 몸 관리를 잘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김성현은 “여러 이유 때문에 시즌이 꼬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2017년을 돌아봤다. 주전 2루수로 한 시즌을 완주하기는 했지만, 못마땅함이 느껴지는 말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앞만 보고 달렸던 최근 몇 년의 야구 인생을 돌아볼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김성현도 좀 더 철저하게 2018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 동기 몇 명과 함께 일본 돗토리현에서 개인 훈련을 했던 김성현은 당시 일본 트레이너들의 훈련 시스템이 이상하게 잘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올해는 후배들과 오키나와를 찾아 차분하게 몸을 만들었다.
작년보다는 확실히 좋은 상태서 시즌을 시작한다. 김성현도 “잔부상은 다 털어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오버 페이스는 자제하기로 했다. 하던 대로 한다는 생각이다. 김성현은 이에 대해 “지난해 못했다고 해서 더 많이 하려고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신중하게 이야기했다. 순리대로 풀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김성현은 그 순리대로 이미 어느 정도의 성공을 경험한 선수다. 급할 것은 없다.
반등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김성현은 팀이 필요한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일단 2루 수비에 전념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유격수로도 출전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덧 만으로도 30세를 넘긴 김성현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한 번쯤 전성기 개막에 대한 욕심을 낼 시기이기도 하다. 다행히 그 목표에 맞는 준비는 착착 이뤄지고 있다.
2018년 프리뷰
이변이 없는 이상 팀의 주전 2루수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몇몇 어린 선수들이 호시탐탐 이 자리를 노리고 있으나 김성현의 경험과 수비력, 강철 어깨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수치상으로나 체감상으로나 2루수 수비는 이미 리그 정상급이다. 팀 내야 전체를 통솔하는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공격력 부활이 관건이 될 전망인데, 일단 전체적으로 타격 성적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장타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하위타선에서 타율과 출루율 측면에서만 보탬이 돼도 SK 라인업에는 귀한 플러스다. 부상 없이 팀 내야진을 이끌어야 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