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제 9구단으로 창단한 NC는 2013년 1군에 발을 내딛었다. 몇몇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형님 구단들보다는 약한 전력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3~4년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팀 중 하나다.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전문적이고 성공적인 시스템 구축, 유연한 조직 문화에서 나오는 빠른 결단 등, 그리고 김경문 감독을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이 어우러진 성과였다. 또한 다른 팀에서 입지가 줄어든 선수들을 영입해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선수 선구안’도 돋보였다. 물론 사연 없는 선수나 구단은 없겠지만, NC에 유독 재기 스토리가 많은 것도 이런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1군에 진입한 NC는 부상 및 선수협 파동으로 갈 곳을 잃은 베테랑 손민한을 영입해 쏠쏠한 이득을 봤다. ‘왕년의 에이스’인줄 알았던 손민한은 2013년 5승, 2014년 4승, 그리고 2015년에는 11승을 기록하는 등 NC 마운드의 중심으로 활약하는 등 명예를 상당 부분 회복한 상황에서 은퇴했다. 두산에서 자리를 잃어 40인 명단에서도 제외된 이재학은 2011년 2차 드래프트 당시 팀을 옮겨 팀의 초대 에이스로 비상했다.
그 외 전 소속팀에서 방출된 뒤 무적 신세였던 원종현과 김진성, 넥센에서 자리를 잃은 뒤 전력 외가 됐던 임창민과 지석훈 등도 NC 이적 후 자신의 진가를 과시한 대표적인 선수들로 손꼽힌다. 선수들의 가능성을 간파한 NC 구단의 혜안, 그리고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든 선수들의 노력이 합쳐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 NC는 또 하나의 ‘사연 있는’ 선수를 로스터에 추가한다.
NC는 11일 롯데와의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으나 미아 신세였던 최준석(35)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준석은 원 소속구단 롯데의 대승적 선언(무상 트레이드)에도 좀처럼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계륵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NC가 최준석에 손을 내밀었다. 롯데는 약속대로 최준석과 계약(1년 5500만 원) 후 무상으로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최준석은 이번 스토브리그를 다른 의미에서 뜨겁게 달군 선수였다. KBO 통산 1471경기에서 197홈런, 857타점을 기록한 최준석은 FA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타격 능력은 나름대로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비나 주루에서의 가치는 매우 낮았다. 외국인 선수와 상당 부분 겹칠 수 있는 포지션 제약도 있었다. 30대 중반에 이른 베테랑을 바라보는 구단들의 시선은 매우 차가웠다. 하지만 NC는 마지막 순간 생각을 바꿨다.
NC는 지난해를 끝으로 베테랑 이호준이 은퇴했다. 이호준이 지난해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뛴 것은 아니었지만 우타 대타로는 나름대로의 몫이 있었다. 물론 NC가 최준석을 당장 주전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호준의 임무를 대신할 보험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얻었다고 할 수 있다. 5500만 원의 연봉은, 최근 KBO 리그의 평균 연봉 시세를 고려했을 때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다.
여론은 분분하지만 NC도 나름대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최준석 영입을 요청한 김경문 감독은 “경기를 읽는 노련미가 있는 선수다. 감독이 쓸 수 있는 카드가 한층 다양해졌다”고 만족하면서 “큰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며 팀워크가 중요한 우리 팀 컬러에 잘 적응하리라고 믿는다”고 달라진 심장과 머리에도 기대를 걸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최준석의 각오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