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후크가 풀린 민유라가 경기 내내 움츠리면서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들였다.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22)-알렉산더 겜린(24)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데뷔전서 잊지 못할 해프닝을 겪었다. 민유라-겜린은 11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아이스댄스 쇼트프로그램서 기술점수(TES) 24.88점에 예술점수(PCS) 27.09점을 더해 51.97점을 기록했다.
민유라-겜린은 쇼트댄스 곡인 '삼바, 룸바, 삼바'(Samba, Rhumba, Samba)의 선율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경기 시작 5초 만에 민유라 의상의 후크가 풀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노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민유라는 연기 내내 의상이 내려오지 않게 신경을 쓰느라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민유라와 겜린은 ISU 공인 최고점인 61.97점(2017 챌린저 시리즈 민스크 아레나)에 10점이나 미치지 못 하는 점수로 아쉬움을 남겼다.
민유라는 "의상 때문에 실수가 많았다. 팀 이벤트라서 다행이다. 개인전 때는 옷을 잘 꿰매서 나오겠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민유라는 "연습이나 경기 다 합쳐서 이런 일이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이런 실수가 나와서 너무 아쉽다. 연기 시작부터 의상이 풀렸는데 음악이 틀어져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팬들 응원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민유라는 이어 "후크가 고장난 상황이 무서웠다. 옷이 다 내려올 수 있어서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다. 허리를 피거나 하는 동작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겜린이 상황을 빨리 알아채서 괜찮다고 경기 내내 위로하며 도와줬다. 팬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불의의 사고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민유라와 겜린이지만 성적보다는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민유라는 "경기 전 긴장하고 있었는데 시작과 동시에 팬들의 응원 덕분에 불의의 사고에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유라의 파트너인 겜린도 "사고 자체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하지 않으면 연기에 영향을 미친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팀이벤트서 아쉬움을 삼킨 민유라와 겜린이 개인전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