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곤(27·kt)이 좌익수 데뷔전을 치렀다. 비공식 경기였지만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kt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캇데일의 솔트 리버 필드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 연습경기를 1-4로 패했다. 3회 스기야 겐지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끌려갔으나 6회 정현의 동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8회 대거 3실점하며 균형을 내줬다.
여러 모로 소득 있는 경기였다. 선발투수 주권은 최고구속 141km의 속구를 앞세워 2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김진욱 감독도 "구위와 제구, 자신감이 괜찮아보였다"라고 칭찬했다.
좌익수 데뷔전을 펼친 오태곤 역시 소득 중 하나였다. 오태곤은 이날 몸을 날리는 호수비 포함 무리 없이 좌익수로 9이닝을 모두 소화했다. 김 감독은 "데뷔전인데 잘해줬다. 연습 때도 센스가 괜찮았다. 햇빛이 강해 타구 판단이 어려웠을 텐데도 좋은 캐칭 선보였다"고 치켜세웠다.
오태곤 역시 만족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이제 첫 경기를 했을 뿐이다. 앞으로 더 어려운 경기가 많을 것이다. 강한 타자들을 만나면 타구가 더 살아나갈 것이다. 변수가 워낙 많다. 계속 나가면서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롯데에서 데뷔한 그는 줄곧 내야수로 뛰어왔다. 하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부터 외야수 변신을 선언했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오태곤은 "1군에서, kt에서 살아남으려면 뭐든 해야 한다"라며 "좌익수 뿐만 아니라 중견수, 우익수 전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다이빙 캐치 포함 호수비를 선보였지만 정작 '기본'인 펜스플레이에서 만족감을 드러낸 그다. 오태곤은 "내 생각대로 공이 떨어졌다. 다이빙 캐치야 그저 넘어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펜스 플레이는 아니다"라며 미소지었다.
오태곤은 내야수 시절 몇 차례 '임팩트' 있는 실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타격 재능만큼은 확실하지만 수비 때문에 늘 경쟁이 쉽지 않았다. 외야수로 바뀌면서 스트레스가 줄었다. 오태곤은 "확실히 내야보다는 스트레스가 덜하다. 여유가 생겼다. 타석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다짐했다.
스프링캠프 시작 10일차. 오태곤은 여전히 쌩쌩했다. "감독님과 코치님, 트레이닝 파트에서 배려를 너무 많이 해준다. 보통 열흘 지나면 처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도 쌩쌩하다. 이런 캠프는 처음이다. 선수들도 할 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중견수 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 유한준 체제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좌익수는 '특급 신인' 강백호 포함 오정복, 전민수, 하준호 등이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타격 재능만큼은 확실한 오태곤이 수비에서도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면 판도는 달라질 것이다. /ing@osen.co.kr
[사진] 스캇데일(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