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일화가 지난 1994년 개봉한 영화 ‘그리움엔 이유가 없다’(감독 유영진) 이후 24년 만에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의 주인공을 맡았다.
‘천화’는 한 치매노인의 인생을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일화는 이번 영화에서 치매노인을 간호하는 요양사 윤정 역을 맡아 180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간 많은 드라마에서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을 표현해왔다면, ‘천화’에서는 욕망에 충실한 사연 많은 여자의 인생을 그린 것이다.
이일화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정말 우연히 하게 됐다. 저한테 바로 출연 제안이 들어왔던 게 아니라 배우 정나온 씨가 ‘제안을 받았는데 시나리오를 봐달라’고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며 “전 처음에 캐릭터 수현에게 매력을 느껴 감독님에게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나온은 이 영화에서 자유로운 아티스트 종규(양동근 분)의 연인 나온 역으로 출연한다. 이일화가 초반에 매력을 느꼈던 캐릭터 수현 역에는 이미 배우 이혜정이 캐스팅돼 있었고 이일화는 민병국 감독의 제안으로 주연 윤정 역할을 맡게 됐다.
이일화는 “감독님이 ‘수연 역할은 이미 플라멩코를 추는 사람이 캐스팅이 됐다’고 하셨다. 며칠 뒤 다시 콜을 하셔서 ‘주인공 윤정 역을 하는 게 어떨까?’라는 제안을 하셔서 기쁘게 참여하게 됐다”고 출연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윤정과 종규는 꿈과 현실을 오가며 사랑에 대한 욕망, 삶에 대한 집착을 표현하는 캐릭터이다. 제주도의 몽환적인 배경과 맞물려 그들의 관계도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풍긴다. “물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 않나. 죽음을 얘기하면 ‘왜 부정적인 걸 생각하냐?’고 묻지만 저는 죽음을 통해 매일을 소중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크리스찬 치유 상담을 4개월 동안 했었다. 다시 한 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와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일화는 캐릭터의 크기에 관계없이 작품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모든 작품이 주어진다면 저는 카메오 출연이라도 기꺼이 할 거다”라며 “이일화가 해서 빛이 나는 캐릭터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있다. 물론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지만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상황이 어려워서 했든, 좋아서 했든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해 배우 이일화를 가장 돋보이게 했던 작품은 아마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지난 2012년 방송된 ‘응답하라 1997’부터 ‘응답하라 1994’(2013), ‘응답하라 1988’(2015)까지 세 시리즈 연속 어머니로 분했다.
이일화는 “저는 엄마 역할이 제일 좋다. 저도 엄마다. 엄마가 아닌 역할을 찾다보면 일 년에 한 작품도 못 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를 했을 때 가장 제 옷을 입은 거 같다(웃음)”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출자 신원호 PD에 대해 “그 분은 정말 천재다. 욕심이 많으셔서 촬영, 편집, 음악 등 모든 걸 직접 다 하신다”며 “미리 모든 걸 다 계산하셔서 내레이션 멘트까지 직접 쓰신다”라고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이일화는 이어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니만큼 가장 최근에 했던 ‘응답하라 1988’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를 좀 더 표현하며 자유롭게 연기했던 거 같다”며 “(시즌제 드라마를)하면서 제 자신도 점점 성장하는 거 같다. 앞으로도 점점 더 발전할 거 같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웃음)”는 포부를 전했다.
‘응답하라4’에 또 출연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일화는 “제안 받으면 당연히 감사하게 할 것”이라고 답하며 “신원호 PD님이 (저와 성동일 씨를 놓고) ‘이러다 배연정 배일집 선배들처럼 장수 부부가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