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거포'가 돌아왔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으나 지난해 아픔을 겪은 넥센은 두 팔 벌려 그를 환영했다. 다른 듯 비슷한 넥센의 분위기. 박병호(32·넥센)에게 적응은 필요 없는 단어였다.
넥센은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이다. 장정석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와 선수 56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투수와 야수에서 한 명씩 새 얼굴이 눈에 띈다. 에스밀 로저스와 박병호가 그 주인공.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박병호는 3년 만에 넥센 소속으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박병호는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 타자였다.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2012년을 시작으로 미국 무대 진출 직전인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했다. KBO리그 최초의 대기록이었다. 미국에서 2년간 고전했으나 여전히 파워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라는 평가다. 박병호의 복귀로 리그 타격 타이틀 판도 자체가 재편될 전망이다.
넥센의 기대는 당연하다.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박병호를 지켜본 장정석 감독부터 그랬다. 장 감독은 "한국 최고 타자 아닌가.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박병호가 중심을 잡아주는 이상 타선은 큰 걱정이 없다"고 신뢰를 보냈다. 장 감독은 당연히 박병호를 4번타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인 마이클 초이스와 '평화왕자' 김하성 사이에서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박병호는 훈련장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배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은 미국 진출 전과 똑같았다. 심재학 수석코치의 생각도 비슷했다. 심재학 수석은 "실력을 떠나 인성 자체가 워낙 좋은 선수다. 실력에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캠프에 함께 있다는 건 분위기 자체에 영향을 끼친다"라며 "미국 진출 전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니 코치로서는 고맙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선수들의 기대도 당연했다. 김하성은 "박병호 선배는 팀의 간판타자였다. 미국 가시기 전과 그대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심 타선에서 함께 해결사 노릇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든든함은 당연하다. 김하성은 "어찌보면 박병호 선수 한 명이 돌아오신 것이지만,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갖고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박병호 선배에 에스밀 로저스까지 가세했다. 부상을 겪었던 (조)상우 형, (한)현희 형도 합류한다. 쉽게 지지 않을 팀이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그 최고의 거포가 돌아오면서 기존 1루수 자원은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홈런을 때렸던 장영석도 그 중 하나다. 그럼에도 장영석은 박병호를 반겼다. 장영석은 "상황이 쉽지 않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라는 게 변수가 원래 많다. 내 맘대로 될 수 없다. 단지 나만 놓고 본다면 쉽지 않아졌지만, 난 아직 한참 부족하다. (박)병호 형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영석은 훈련 대부분 박병호와 한 조에 편성돼 타격 중이다. 박병호의 노하우를 쏙쏙 배우고 있다는 장영석이다. 그는 "병호 형이 섬세하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한다. 내 스윙 하나를 보고도 조언을 해준다. 병호 형의 노하우를 습득한다면 내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미소지었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선수 한 명이 그라운드 안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시즌 전체, 팀 전체를 놓고 보면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박병호는 그런 선수다. /ing@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