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프링캠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투수들의 '투구폼 수정'이다. 특히 투수력이 좋지 않은 팀에서 자주 나타나는 풍경이다. 뭔가를 새롭게 시도해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투구폼을 수정하곤 한다.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화와 삼성은 투수력이 좋지 않은 팀들이다. 지난해 삼성은 팀 평균자책점 5.88로 리그에서 가장 나빴고, 한화도 5.28로 이 부문 리그 8위에 머물렀다. 양 팀 모두 올 시즌에는 투수력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 시즌 한화는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 체제로 바뀌었고, 삼성은 왕조 시절 마운드를 이끈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가 6년 만에 복귀했다. 두 팀 모두 이번 캠프에서 공통점 중 하나가 투수들의 '투구폼 수정' 작업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팀 내 몇몇 투수들에 대해 "투구폼을 수정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다"고 표현하며 "하루에 한 번씩 폼이 바뀐 적도 있다고 한다.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변화를 따라가지만 결국 자기 것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투수들의 투구폼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고 있다.
송진우 코치는 "메이저리그 랜디 존슨도 팔을 옆으로 해서 던지는 스타일이다. 존슨은 오히려 팔을 올리면서 몸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며 "투구폼이란 건 각자 자신에 맞는 편한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캠프 시작부터 뭔가를 고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 오치아이 투수코치도 최채흥 등 신인 투수들에게 "1년간 폼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뭔가 부족해 보일 신인들도 무리하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삼성 관계자는 "오치아이 코치는 선수 각자 개성을 존중하는 스타일이다"며 "필요할 때 수정에 대한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마무리훈련에서 해야 할 일이다"고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 수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와 삼성 모두 젊은 투수들의 더딘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폼이 왔다갔다한 선수들이 많았다. 자기 것을 잃고 혼란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선 각자의 폼과 장점을 살리는 것에 집중한다. 투구폼 수정 작업이 사라진 한화와 삼성의 투수력이 올해는 반등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송진우(위)-오치아이 코치.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