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도 넥센의 훈련 시계는 짧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면 매번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넥센의 적은 팀 훈련량'이다. 최근 몇 년새 넥센의 훈련 일정이 전해지며 타 팀 관계자들까지 '넥센은 정말 그렇게 짧게 훈련하나'고 반문해올 정도다. 지난해까지는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한화와 비교되며 많은 이슈를 낳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넥센은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이다. 야수조의 경우 엑스트라 훈련까지 마쳐도 오후 1시30분에 불과하다. 팀 훈련 시작도 다른 팀보다 늦은 오전 10시다.
넥센은 창단 초기부터 팀 훈련 시간이 짧았던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현역 시절 현대에서 뛰며 팀 문화를 경험했던 장정석 감독은 "당시 8개 구단 가운데 훈련이 가장 많은 축에 들었다. 4일 훈련 후 하루 휴식 체제가 익숙했다. 현역 시절 KIA로 이적했는데, 훈련량이 적어서 편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런 넥센은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2013시즌 즈음부터 패턴을 바꿨다. 구단의 뜻과 감독의 의중이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과 파트너십 체결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넥센은 2014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보스턴의 팜 시스템 구축 노하우와 운영방식, 세이버 매트릭스, 선수 분석 및 평가 시스템, 트레이닝 기법 등을 전수받기로 합의했다. 선진 야구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서 이들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빠른 팀 훈련 마무리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장 감독은 "메이저리그도 처음부터 훈련 시간이 짧았던 건 아니다. 그들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겠나. 그러면서 가장 좋은 시스템이 남게 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바로잡을 사실 하나. 넥센의 훈련량이 적은 건 결코 아니다. 다만, 팀 훈련 시간이 짧을 뿐이다. 장 감독은 "우리 훈련량이 적진 않다. 팀 훈련 시간이 적을 뿐, 선수들의 자율 훈련을 합치면 오히려 10개 구단 중 많은 편이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넥센 선수단 대부분은 오전 7시면 훈련장에 도착한다. 얼리워크 조의 예정된 출근 시간보다 이른 시간. 그들은 자율적으로 타격하거나 섀도우 피칭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
오후에도 마찬가지. 공식적인 훈련은 점심 시간을 전후해 끝난다.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이 남아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끝난 저녁에도 선수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야간 훈련을 자청한다. 당장 이틀 전인 8일 저녁, 12명의 선수가 야간 훈련에 나섰다. 장 감독은 "스프링캠프 둘째 턴에 이 정도면 빠른 편이다. 선수들도 힘들겠지만 자발적으로 나서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야간에 몸 쓰는 훈련을 안 하더라도 야구는 끝나지 않는다. 분석팀이 오전에 촬영한 영상을 받아 이를 분석하는 게 선수들의 일과 중 하나다.
야간 훈련처럼 자발적인 일정에 코칭스태프의 강요는 없다. 장 감독은 "나도 선수들을 직접 보고, 눈으로 확인하며 훈련하고 싶다. 어찌 안 불안하겠나. 하지만 이 시스템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자에게 "학생 때를 생각해보라.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공부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기자에게 "야구라고 다르지 않다. 강요가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 메이저리그 훈련을 경험한 이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해까지 2년간 미네소타에서 뛰었던 박병호에게 비교를 부탁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에만 있었으니 이게 '미국식 훈련'이라고 대표하진 않겠다"고 전제한 뒤 설명을 이어갔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 많아야 두 번 쉰다. 3일 턴인 우리 야구 자체가 편하긴 하다. 하지만 넥센은 그 3일을 효율적으로 쓴다. 훈련 시작 전과 중간, 마친 후까지 쉴 틈 없이 움직인다".
박병호의 '넥센부심'은 여기서도 나왔다. 그는 "사실 넥센이 KBO리그 스프링캠프 트렌드를 바꾸지 않았나. 지금 스케줄을 만든 코칭스태프가 큰 역할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하성은 "훈련량이 적은 건 아니다. 오전 훈련 전에 자율적으로 한 시간씩은 배팅 훈련한다. 점심 식사 후 자율적인 야간훈련도 대부분 소화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자율이라는 게 그냥 쉬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선수가 책임질 부분이 많은 것이다. 부족한 걸 스스로 판단해 보강하니 효율성은 배가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훈련 시간이 짧을 수는 있지만 양 자체는 적지 않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많지 않고 빠르게 움직인다.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넥센의 훈련 시계는 여전히 짧다. 그리고 빠르며 밀도 있다. 넥센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박병호도, 김하성도 아닌 시스템이라는 이야기가 어울리는 이유다. /ing@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