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2·넥센)의 2년간 미국 생활은 실패일까 아닐까.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당사자인 박병호는 얻은 게 있다.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박병호에게 KBO리그는 좁아보였다. 박병호는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KBO리그를 지배했다. 같은 기간 529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3할1푼4리, 173홈런, 492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박병호는 2015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와 4+1년 최대 1800만 달러(당시 약 208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박병호는 이적 첫해부터 고전했다. 시즌 초반에는 홈런포를 연일 가동했지만 이내 흐름을 잃었다. 결국 7월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8월 오른 손등 수술로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했다.
박병호는 2월 초 구단으로부터 양도지명선수(DFA) 조치됐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참가한 시범경기서 타율 3할5푼3리, 6홈런, 13타점으로 누구보다 빼어난 활약을 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 기회는 다시 주어지지 않았다. 박병호는 결국 남은 2년 계약을 포기한 채 넥센으로 컴백했다.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시작된 넥센의 1차 스프링캠프. 박병호로서는 넥센 소속으로 3년 만에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셈이다. 박병호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훈련 내내 미소만이 가득했다. 후배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먼저 나서 분위기를 띄웠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지만 이제는 홀가분하다는 반응이다. 박병호는 "후회하기 싫었기 때문에 과감히 결정했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실패한 것이다. 아쉬움이 크다"라면서도 "미국에서의 모습은 한국 복귀로 깔끔히 잊겠다. 과거는 지우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2017시즌을 앞둔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콜업은 없었다. 두고두고 아쉬울 법한 상황이다. 박병호도 "솔직히 억울했다. 모든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형식적인 말이었다. 마이너리그에 머물면서도 '내가 꾸준히 잘한다면 불러줄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팀의 방향은 선수 개인이 개입할 부분이 아니다. 억울함은 금방 털었다. 선수로서는 구단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복귀를 후회하지 않는 것처럼, 미국 진출 역시 후회하지 않는 박병호다. "어쨌든 메이저리그 유니폼 입고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겨뤄봤다. 미국 도전을 안 했다면 텔레비전으로만 봤을 선수들이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2년의 시간은 분명 교훈을 남겼다. 내가 야구인으로 남는 이상 어떻게든 도움 될 경험이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또 도전할 것이다".
박병호가 떠난 2년 사이, 넥센 곳곳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장정석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코칭스태프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매년 이어오던 가을야구 기록을 지난해 멈췄다. 그만큼 의욕이 충만한 상태다. 박병호는 "3년 전에 비해 캠프 인원이 줄었다. 선수들도 그 의미를 알고 있다. 가을야구 이상을 도전하겠다는 의식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타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는 "예전 넥센 소속일 때는 늘 '가을야구가 목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승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높아진 것이다. 감독님의 뜻이 그렇고 코칭스태프, 모든 선수들의 생각이 일치한다. 잘 만들어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적인 기록 욕심은 없다. 그러나 단 하나, 프로로서 최선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박병호는 "기록 보다는 나와의 싸움, 상대 투수와의 싸움만 생각한다. 그보다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이겠다. 2015년까지 다소 안이한 부분이 있었다.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 거포' 박병호의 컴백 스토리 첫 페이지가 시작된다. /ing@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