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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사자후] KBL 벌금제, 선수생명보다 체면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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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KBL 재정위원회가 보기엔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플레이보다 심판이나 리그의 체면이 더욱 중요한 모양이다.

‘징계’란 일정한 조직 안에서의 규율에 위반하여 그 내부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에 대하여 과하는 제재를 말한다. 벌금징계의 경우 벌금액수가 많을수록 더 심각한 규율위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최근 KBL이 감독 및 선수에게 내린 징계를 살펴보면 이런 상식을 찾기가 힘들다.

▲ 선수보호보다 리그의 명예가 더 중요한가

KBL은 지난 6일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3일 KCC 대 DB전 과도하게 팔꿈치를 휘둘러 한정원의 안면을 가격한 하승진에게 제재금 100만 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심판판정에 강하게 항의한 김승기 KGC 감독에게 벌금 200만 원을 내렸다. 그런데 7일 전자랜드전에서 5반칙 퇴장에 불복해 유니폼 상의를 찢어버린 로드 벤슨에 대해서는 500만 원을 부과했다.

하승진의 행동은 동업자 한정원의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벌금은 가장 낮았다. 지난 2013년 헤인즈가 김민구를 고의로 가격했을 때 KBL의 징계는 2경기 출전금지와 제재금 500만 원이었다. 하승진의 행동이 훨씬 위험했지만 벌금은 더 적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심판에게 불손한 언행을 한 김승기 감독은 하승진의 두 배인 벌금 200만 원을 낸다. 또한 유니폼을 찢어 리그와 구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벤슨에게는 500만 원이 부과됐다. KBL이 위험한 플레이보다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이나 리그 명예훼손을 더 심각한 사안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재정위원회는 “선수가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찢는 행위는 리그와 소속 구단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이며 프로선수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 덕목을 저버린 것으로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위원회는 향후 이와 유사한 행위 발생 시 선수의 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 규정을 강화키로 했다.

벤슨이 두 번 유니폼을 찢었다가는 500만 원도 모자라 KBL에서 영구퇴출 당하게 생겼다. 벤슨의 유니폼에 똑딱이라도 달아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벌금은 구단에서 해당선수의 월급을 지급할 때 원천공제된다. 농구팬들은 “벤슨이 해당심판 세 명에게 팔꿈치를 날렸으면 벌금 300만 원이면 해결됐을 것”이라며 KBL의 결정을 비꼬고 있다.

▲ ‘팔꿈치 어택’ 메타 월드피스, 7경기 출전금지

비슷한 상황에서 NBA의 사례는 어떨까. NBA와 KBL의 상황은 다르다. KBL이 꼭 NBA를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징계를 함에 있어서 기본적인 기준과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NBA에서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스스로 유니폼을 찢었던 선수는 많았다. 르브론 제임스는 슛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반팔유니폼에 있다면서 경기 중 소매를 찢기도 했다. 심판은 선수의 행동이 과도하다고 생각될 경우 테크니컬 파울을 주고,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도록 조치했다. 벌금이나 출전징계 등은 없었다.

NBA 감독도 심판을 모욕하면 벌금을 낸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지난 8일 새크라멘토전 3쿼터에 빌 스푸너 심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가 2만 5천 달러(약 2727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이후 커는 “심판은 정말 끔찍한 직업이다. 모든 감독들이 심판에게 소리를 지른다. 빌은 좋은 심판이다. 그에게 사과한다. 그가 괜찮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12년 레이커스의 메타 월드피스는 경기 중 OKC의 제임스 하든을 팔꿈치로 고의로 가격했다. 월드피스는 하든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격한 뒤 심판의 눈을 속이려 발뺌을 했다. 월드피스는 즉각 퇴장을 명령받았고, 사후 7경기 출전금지의 징계를 당했다. 선수가 출전금지를 당하면 해당 경기의 출전수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금전적 타격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NBA와 KBL은 다른 리그다. 하지만 비슷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경중을 매기고 있는지 충분한 참고자료는 되지 않을까. 출전금지 없는 하승진은 DB전 이후 이미 2경기를 뛰었다.

▲ 외국선수에게 더 엄격한 잣대는 아닌가

벌금을 내리며 내린 KBL의 설명도 재미있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엘보우 파울에 대해 150만  원까지 징계를 줬었다. 하승진이 진심어린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소명을 했다. 정황을 감안할 때 재정위원들이 100만 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진심 어린 반성을 하면 벌금도 할인이 되는 모양이다.

벤슨도 진심 어린 반성을 했지만, 재정위원회에서 직접 소명하지 않았다. 결국 벤슨은 KBL에서 최고수준의 벌금을 물게 됐다. 아무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선수는 이런 상황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재정위원회는 “향후 이와 유사한 행위 발생 시 선수의 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 규정을 강화키로 했다”면서 엄포를 놨다.

실제로 그렇게 퇴출된 선수가 있다. 바로 ‘벌금왕’ 트로이 길렌워터다. 그는 2015-16시즌 벌금만 총 1420만 원을 납부했다. 심판에게 욕설을 하거나 돈을 세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사유도 다양했다. 길렌워터는 코트에 물병을 투척하고 역대 최고 벌금인 600만 원을 냈다. 그는 중계카메라에 수건을 던져 2경기 출전금지를 당했다.

길렌워터가 많은 잘못을 한 것은 맞지만 벌금은 전액 납부했다. 원천징수니까 떼먹고 도망갈 일도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김영기 총재는 길렌워터의 트라이아웃 참가자체를 금지했다. 아무리 잘못한 악동이라도 그의 참가를 막는 것은 근거가 없는 징계였다. 길렌워터의 선발을 고려했던 팀들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KBL은 다음 시즌 또 외국선수 제도를 변경할 예정이다. 몇몇 구단이 길렌워터의 선발도 고려하고 있다. KBL이 이번에도 길렌워터의 지명을 막는다면 ‘외국선수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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