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특타를 많이 치는 외국인 타자가 또 있을까.
KIA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34)는 지난해 KBO리그 데뷔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139경기 타율 3할2푼 178안타 27홈런 111타점 118득점 32도루 OPS .912로 활약하며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KIA의 통합우승 주역이 되며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2년째 KIA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찾은 버나디나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방망이가 시원치 않았고, 코칭스태프에 말못할 근심을 안겼다. 캠프 연습경기에서 버나디나를 봤던 타 구단 관계자들은 "배트 스피드가 느리다.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캠프 때부터 연신 장쾌한 타구를 뿜어내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쇼다 코우조 KIA 타격코치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르다. (무릎이 좋지 않았던) 작년과 달리 몸도 확실히 만들어 왔다. 오히려 훈련 페이스를 제어하며 관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야구에 적응하며 자신감이 생긴 버나디나는 여러모로 지난해 캠프와 다르다. 그런데 한 가지 변함 없는 게 있느 특타 자청이다.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스타조에 편성된 버나디나는 매일 훈련이 끝날 때마다 남아 특타를 한다. 티배팅을 하거나 타이어를 치며 스윙을 끊임없이 체크한다. 훈련 자세도 워낙 진지해 옆에서 쉽게 말도 건네지 못한다.
KIA 관계자는 "버나디나가 작년 캠프에서도 혼자 남아 특타를 치곤 했다. 올해도 베테랑 야수들이 들어갈 때 남아서 특타를 계속 한다"며 "원래부터 노력파다. 시즌 때도 어마어마하게 연습한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실내 연습장에서 추가 훈련을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특타가 몸에 배어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버나디나는 언제부터 훈련 중독이었을까. 그는 "미국에서도 이렇게 해왔다. 메이저리그에선 벤치멤버로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다. 경기 중에도 연습을 계속 한 것이 몸에 배었다. 이제는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버나디나는 지난 2010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134경기 중 111경기를 뛴 실질적인 주전이었지만 이듬해부터 벤치에서 시작한 시간이 더 많아졌다.
백업 멤버로 항상 대기를 하다 보니 언제 투입될지 몰랐다. 경기 중에도 덕아웃 옆에서 연습하는 시간이 늘었고, 이제 자신만의 스타일이 됐다. KIA에 온 뒤 풀타임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그 시절의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버나디나는 "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작년에 좋은 성적을 냈지만 올해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 아직 이뤄야 할 게 많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