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항상 똑같아요."
삼성 '토종 에이스' 윤성환(37)은 한결같은 선수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 5년 연속 27경기, 170이닝, 11승 이상 꾸준히 기록했다. 최근 5년간 리그 전체 통틀어 최다 선발등판(141), 투구이닝(889⅓) 기록을 갖고 있는 게 윤성환이다. '꾸준함의 대명사'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투수이기도 하다.
윤성환은 올해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매년 해온 대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올 시즌을 마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첫 번째 FA로는 80억원 대박을 터뜨렸지만, 벌써 4년 전 일이다. 베테랑 FA 선수들이 찬바람을 맞은 지난 겨울, 만 37세가 된 윤성환도 시즌 후에는 냉정한 FA 시험대에 오른다.
하지만 윤성환은 늘 그랬던 것처럼 평정심을 유지한다. FA 시즌이라고 오버 페이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온대로 자신의 루틴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 시즌 삼성 구단 최초로 6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와 함께 프랜차이즈 최다 124승 기록에도 3승만을 남겨 놓고 있다. 꾸준함으로 쌓아온 기록들이다.
다음은 오키나와 온나손 아마카구장에서 만난 윤성환과 일문일답이다.
- 캠프 기간 자율조에서 훈련 중인데 어떻게 하고 있나.
▲ 매년 하던대로 한다. 2월1일 캠프 시작은 2년째인데 그 이전에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준비를 잘했다.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도 특별할 것은 없다. 어떤 변화를 주는 것보다 늘 하던 대로 투구 연습, 훈련 스케줄을 맞춰진다.
- 늘 하던대로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 그렇다. 일종의 루틴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일상 생활도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맞춘다. 잠 자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그렇다. 평소 잘 먹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한다. 프로 선수라면 식단 관리는 기본이다. 먹고 싶은 음식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운동만큼 휴식도 매우 중요하다.
-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가 6년 만에 돌아왔다.
▲ 오치아이 코치님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경쟁'이다. 선수들과 미팅 때 고참이나 막내나 같은 선수들이고, 유니폼 입고 있을 때는 경쟁 관계다. 선배라고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린 선수들도 기회를 얻으려 노력한다. 기존 선수도 긴장하게 되고, 그래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 신인 투수 유망주 3명(최채흥·양창섭·김태우)이 캠프에 합류했다. 후배들이 배우고 싶은 선배라고 말했는데 어떤가.
▲ 말거는 선수가 없다(웃음). 아직 내가 어려울 것이다. 같은 선수로서 내가 어떤 평가를 할 순 없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 2004년 입단 첫 해 신인 시절을 되돌아보면 어떤가.
▲ 내가 신인으로 들어왔을 때는 '선배들을 뚫고 1군에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2004년 입단 첫 해 선동렬 감독님이 수석코치로 투수 운용의 전권을 갖고 계셨다. 그때 감독님께서 '나이는 상관없다. 잘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정말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고, 나뿐만 아니라 새로운 선수들이 기회를 얻었다. 요즘 그때 느낌이 든다. 오치아이 코치님도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
- 올해도 10승을 하면 삼성 구단 최초로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이다. 삼성 프랜차이즈 최다승 124승에도 3승만 남았다(윤성환은 최근 5년 연속 10승 이상 올렸고, 통산 122승을 기록 중이다).
▲ 최다승 기록은 알고 있다. 하지만 기록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100승도 해봤지만 처음부터 어떤 목표를 잡고 한 것은 아니다. 매년 꾸준히 하다 보니 이렇게 왔다. 두 가지 기록을 하면 당연히 영광이겠지만 지금 당장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나중에 은퇴했을 때 뒤를 돌아보면 와닿을 것 같다. 기록을 목표로 세운 적이 없고, 지금도 통산 150승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 삼성이 2년 연속 9위로 가을야구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포스트시즌 없는 가을야구가 낯설었을 것 같다.
▲ 그렇다. 우리는 항상 포스트시즌도 아니고 한국시리즈에 나간 팀이었다. 2년 연속 나가지 못했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우리 삼성 팬분들께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올해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전력 보강이 많이 됐다. 나 역시 올 시즌 순위가 궁금하다. 우리 선수들 모두 다시 포스트시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올 시즌을 마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 아직 너무 이르다. FA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늘 하던대로 준비한다. 나보다 주변에서 FA에 관심을 가져준다. 첫 번째 FA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난 똑같다. 내가 해야 할 운동만 열심히 할 뿐이다. 그래서 첫 번째 FA 계약이나 그 전후로 성적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올해도 열심히 하면 결과는 나중에 따라올 것이라 본다.
- 올 시즌 목표도 늘 그랬던 것처럼 풀타임 시즌인가.
▲ 난 매년 목표가 부상 없이 풀타임 시즌을 선발투수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이닝이나 성적은 따라온다. (FA 계약으로) 돈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책임감도 있을 것 같고, 나이를 1살 1살 먹을수록 베테랑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 최근 KBO리그 육성 바람으로 베테랑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 요즘 거의 모든 팀들이 세대교체, 리빌딩을 말한다. 하지만 베테랑만의 장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책임감이다. 젊은 선수들의 장점이 크지만 좋은 베테랑이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 어린 선수들도 나중에는 베테랑이 된다. 베테랑을 보며 배울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 아무리 좋은 베테랑이라도 결국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 그렇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구단이나 관계자들에게 '저 몇 살까지 잘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말보다 실력으로, 기록과 성적으로 보여주면 그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베테랑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외모는 젊어 보인다.
▲ 내일 모레 마흔이다(웃음). 운동선수들은 일반 회사원들보다 젊게 산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마인드가 젊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체력은 자신 있다.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한다. 그래도 나이를 많이 먹긴 했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