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31년간 줄곧 푸른 유니폼만 입었다. 단 1년의 짧은 휴가가 지난 후, 그의 유니폼은 줄무늬로 바뀌었다. LG 사령탑을 잡은 류중일 감독 이야기다.
LG는 지난 시즌 종료 후 큰 변화를 겪었다. 양상문 감독이 단장으로 보직을 바꿨다. 빈 사령탑 자리는 류중일 전 삼성 감독에게 맡겼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삼성맨으로 살아언 류중일 감독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류 감독은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캠프지에서 만난 류중일 감독은 '줄무늬 유니폼이 어색해보인다'는 질문에 멋쩍게 미소지었다. 류 감독은 "선수 때부터 코치, 감독 시절까지 줄곧 한 팀에서 쉼없이 달렸다. 1년 휴식 후 완전히 새로운 유니폼을 입었다"라며 "별 수 없다. 내가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고-한양대를 졸업한 뒤 1987년 삼성에서 데뷔한 류중일 감독은 줄곧 '원 클럽맨'으로 불렸다. 1999시즌 후 은퇴할 때까지 13시즌간 삼성 유격수로 뛰며 명성을 날렸다. 현역 은퇴 후에도 류 감독의 유니폼은 그대로였다. 류 감독은 은퇴 직후인 2000년, 삼성 주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까지 11년간 코치를 역임한 그는 2011년 삼성 감독으로 취임한다.
감독 후에는 영광의 길이 펼쳐졌다. 류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일궈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 대기록이었다. 류 감독은 "2010시즌 준우승 팀이었다. 적어도 준우승은 해야 본전인 상황이라 부담됐다. 운이 따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류 감독은 201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2016년 부진 후 물러났다. 1987년 입단 후 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 감독으로 6년을 삼성맨으로 보낸 류 감독이다. 2017년은 '야인 류중일'을 만날 기회였다. 삼성의 기술고문으로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명예직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아내가 푹 쉬라며 응원해줬다. 때문에 별다른 압박감 없이 취미생활을 즐기며 푹 쉬었다. 흔히 재충전이라고 하는데, 정말 유익한 1년이었다"라고 지난 2017년을 회상했다.
류 감독의 휴식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LG의 영입 제의를 받은 그는 고심 끝에 수락했다. 30년 라이온즈 맨의 생활에 비로소 마침표가 찍힌 순간이었다. 비록 감독이지만 류 감독에게도 적응이 급선무다. "삼성 시절과 다를 수밖에 없다. 당시에는 현역 은퇴 직후 코치로 부임했다. 줄곧 코치 생활을 하던 중 감독이 된 것이다. 삼성 선수들과 떨어진 적이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선수들의 기량은 물론 개인적인 성격이나 특성, 심지어는 가정사까지도 빨리 파악해야 한다. 선수에 맞는 운영을 위해서다".
류중일 감독의 적응은 순조로운 상황이다. 류 감독은 "LG 선수들이 정말 착하다. 나를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대해준다"며 밝게 웃었다.
류중일 감독은 KBO리그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이끈 감독이다. 그러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며 자신을 감춰왔다. 이제 류 감독의 야구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류중일 리더십'이 LG에서도 발휘될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
[사진] 파파고(미 애리조나주),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