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택' 박용택(39·LG)은 누구보다 우승 열망이 강하다. 끝이 가까워질수록 그 욕심은 더욱 깊어진다. 우승 없이는 그만둘 수 없다는 배수진이다.
LG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시작된지 10일째. 3일 훈련 후 하루 휴식의 스케줄상 세 번째 턴에 돌입했다. 하지만 박용택의 시계는 이보다 약간 빠르다. '캡틴' 박용택은 본진 출국 9일 전인 21일 선발대를 꾸려 미국으로 떠났다. 2018시즌을 더욱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서다.
# "의욕적이면서도 밝은 캠프, 느낌 좋다“
2002년 LG에서 데뷔한 박용택은 올해가 16번째 시즌이다. 매년 떠나는 스프링캠프지만 각오는 다르다. 박용택은 "한 살씩 더 먹을수록 불안감이 있다. 이제 야구 못하면 관둬야 하는 나이다. 설레면서도 불안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박용택은 스프링캠프를 성적 예측의 바로미터로 삼는다. 올 시즌은 느낌이 괜찮다. "매년 캠프에서 훈련해보면 '올해는 괜찮겠다' 혹은 '올해는 아쉬울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물론 매년 인터뷰에서 '좋은 성적 내겠다'고 다짐해서 팬들 사이 거짓말쟁이가 돼버렸지만, 올해는 느낌이 좋다. 선수들이 의욕적이면서도 밝다". 박용택의 이야기다.
박용택 역시 의욕이 넘친다. 주장이자 야수 최고참이지만 훈련 때면 가장 목청껏 분위기를 달군다. 류중일 신임감독이 부임하며 다소간 오버페이스 하는 부분도 있다. 박용택은 "예년보다 빠른 템포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시즌이 일주일 앞당겨졌으니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박용택에게 늘 따라붙던 '4월 부진'을 피하겠다는 각오다. 박용택은 "사실 성적이 좋았던 시즌은 모두 4월에 부진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그 몇 경기만 보고 '박용택 이제 나이 먹었다'고 비난한다. 올해는 페이스를 당겨볼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 "타 팀 이적? 떠날 생각 있다면 진작 떠났다"
올 겨울은 베테랑들에게 유달리 추웠다. 프리에이전트(FA) 권리 행사한 최준석, 이우민은 아직까지 팀을 구하지 못했다. 박용택은 "베테랑의 가치가 숫자 몇 개로 표현되는 것 같아 아쉽다"라면서도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상황들을 보며 내 자신을 돌아봤다. 생각이 많은 겨울을 보냈다"라고 회상했다.
박용택은 나이와 무관하게 여전히 가장 뜨거운 타자다. 올 시즌 후 세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베테랑 한파는 박용택에게 남 얘기가 아닐까. 박용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고참이어서는 안 된다.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기록 이면에 나타나는 부분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 박용택이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LG 잔류'를 사실상 선언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박용택은 "이제 몸값 얼마 올리겠다고 거짓말 할 상황은 아니다. 블러핑은 필요 없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만약 LG에 남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진작 떠났을 것이다"라고 대답을 대신했다.
# "이대로는 절대 못 그만둔다"
데뷔 첫해인 2002년,대졸 신인 박용택은 삼성과 한국시리즈에 출장했다. 6경기 타율 1할3푼(23타수 3안타). 과연 당시 박용택은 이때가 2017년까지 마지막 한국시리즈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조금씩 끝이 가까워올수록 우승에 대한 욕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용택은 "팬들은 우승을 기대하신다. 해야 된다. 무조건 우승해야 된다"라고 거듭 되뇌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우승 못해보고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게, 우승 없이 그만둘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든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막연한 기대이자 바람이다. '올해 우승할 수 있냐?', '내년에 우승하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이 쉽지 않겠지만, 느낌은 온다는 박용택이다.
박용택이 상상하는 우승의 순간은 어떨까. 그는 "안 해봐서 모르겠다"라면서도 "딱 일주일 정도 감격에 겨울 것 같다. 거기까지일 것 같다. '이게 뭐라고 그토록 매달렸을까'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그게 뭐라고 꼭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ing@osen.co.kr
[사진] 파파고(미 애리조나주),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