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방편의 방한대책에도 지붕이 없는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의 밤공기는 다소 차가웠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9일 밤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서 17일간의 열전을 알리는 개회식이 시작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 2925명의 선수들이 역대 최대 금메달인 102개를 놓고 지구촌 축제를 벌인다.
개회식의 성공 여부는 강추위와의 싸움이었다. 3만 5000여 명을 수용하는 올림픽스타디움은 지붕이 없고, 사방이 뚫려 있어 관중들이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방한대책이 시급했다. 지난 3일 모의개회식에서도 체감온도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며 우려를 키웠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임시방편이지만 최선의 방한대책을 세웠다. 모든 관람객들에게 판초우의, 모자, 무릎담요, 핫팩방석, 손핫팩, 발핫팩 등 방한용품 6종세트를 지급했다. 취재진에도 똑같은 6종세트를 나눠줬다.
조직위는 또한 홈페이지와 SNS, 블로그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람객들에게 추위를 대비하게 하는 한편 경기장 내에 방풍막과 함께 버섯모양의 난로를 설치해 최대한 추위와의 차단을 시도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방한대책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밤 8시 50분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기온은 영하 2.6도, 체감온도는 영하 8.6도였다. 풍속은 5.7m/s. 개회식이 끝나갈 무렵인 밤 10시에는 이보다 다소 내려간 영하 2.8도, 체감온도는 영하 8.7도였고, 풍속은 그대로였다.
날씨가 춥다 보니 매점에서도 가장 핫한 음식은 어묵이었다. 코코아, 커피 등 뜨거운 음료도 불티나게 팔렸다. 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잠시나마 추위를 잊게 해주는 음식들이 잘 나간다"고 말했다.
평창의 강추위를 직접 체감한 이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경기장의 통로 내부에 있던 자원봉사자 B씨는 "3명 1개조로 30분씩 3교대를 하고 있어 강추위가 견딜만하다"면서 "독감이 걸렸던 모의개회식 때보단 훨씬 덜 추운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관람을 포기하고 방풍막 안으로 들어왔다는 미국 시민권자 B씨는 "88올림픽 때 태어난 아들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건너왔다"면서 "원래 추위를 잘 타지 않지만 가만히 앉아 있기엔 너무 추워서 왔다. 방한 6종세트를 해도 별 소용이 없다. 아들도 관중석과 이곳을 오가고 있다"고 했다.
매점과 관중 휴게실 등이 있는 통로는 방풍막과 버섯모양의 난로 등이 곳곳에 설치돼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정작 문제는 지붕이 없어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채 개회식을 본 관람객들이었다.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은 이번 대회가 끝난 뒤 부분 철거된다. 비용적인 부담 때문에 지붕 설치를 포기하고 임시방편의 방한대책을 세웠지만 평창의 찬바람을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dolyng@osen.co.kr
[사진] 버섯모양 난로(위)-방한 6종세트(중간)-방풍막(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