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명가 재건은 투수력에 달렸다. 지난 2010~2012년 삼성 투수 왕조를 이끈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가 6년 만에 복귀한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색다른 훈련법을 도입했다. 이른바 '인터벌 피칭' 훈련이다.
9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 삼성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인터벌 피칭을 실시했다. 3분 투구 후 2분 휴식 과정을 반복하며 스트라이크 투구, 바깥쪽 직구, 몸쪽 직구, 변화구 2구 연속 스트라이크 등 각기 다른 컨셉과 매뉴얼을 소화했다.
대개 불펜피칭은 정해진 개수의 공을 쉬지 않고 한 번에 던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치아이 코치의 인터벌 피칭은 다르다. 실전 경기처럼 한 세트에 15개 또는 18개 공을 던지고 2분가량 쉰다. 그 뒤 다시 3분간 투구를 소화한다. 이런 식으로 3세트를 하면 40~50개 공을 던지게 된다.
인터벌 피칭 메뉴도 10종목으로 다양하다. 몸쪽, 바깥쪽 직구·변화구, 몸쪽 높은 직구, 바깥쪽 변화구 등을 18개 던져서 그 중 12개를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하는 미션이다. 15개 중 10개를 스트라이크로 넣어야 하기도 한다. 이날은 인터벌 피칭 가운데 1·3·5번 메뉴가 실시됐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맹목적으로 공을 던지는 것과 달리 실제 경기처럼 템포를 조절하는 훈련이다. 오치아이 코치가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 이 같은 훈련으로 무너진 투수진을 끌어올렸다. 지금 우리도 투수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오치아이 코치의 새로운 훈련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바 롯데는 2013~2014년 팀 평균자책점이 퍼시픽리그 6위로 2년 연속 최하위였지만, 오치아이 코치가 부임한 2015년 5위(3.69)로 탈꼴찌에 성공한 뒤 2016년에는 이 부문 3위(3.66)로 도약했다. 투수력을 재건한 지바 롯데는 2015~2016년 리그 3위로 A클래스에 복귀하며 성적 상승을 이룬바 있다.
삼성은 2016년 8위(5.64), 지난해 10위(5.88)로 2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이 하위권을 맴돌았다. 외인투수 농사 실패, 베테랑 투수들의 노쇠화, 젊은 투수들의 더딘 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삼성은 2010~2012년 팀 평균자책점을 2위-1위-1위에 올려놓은 오치아이 코치를 다시 데려오며 재건에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오치아이 코치가 투수조 캠프 전체 훈련 일정을 미리 다 짜놓고 왔다. 과거 삼성에는 알어서 맡겨도 되는 고참 투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키우며 만들어야 할 선수들이 많아졌다. 스파르타식으로 한다"며 "실전 감각에 맞춘 인터벌 피칭 훈련도 그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오치아이식 새로운 훈련법이 무너진 삼성 마운드를 일으켜 세울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