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혜의 배우 인생이 드디어 꽃길에 들어섰다.
지난 8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에서는 샤론(서지혜 분)이 문수호(김래원 분), 정해라(신세경 분) 사이를 끝없이 질투하고 장백희(장미희 분)를 죽이는 등 악행을 저지르다 결국, 급격한 노화가 진행됐다. 백발 노인의 모습으로 늙어가다 불에 타 소멸하면서, 250년이 넘는 생을 마무리했다.
서지혜가 맡은 샤론은 불로불사의 존재로 방송 초반 많은 미스터리를 간직했다. 전생에 수호와 해라를 죽인 죄로 영원한 삶을 사는 벌을 받았고, 겉으로는 평범한 양장점 디자이너였으나, 절대 늙지 않는 아름다운 미모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변신의 귀재였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호기심을 불러왔고, 작품의 핵심 스토리를 이끌었다.
드라마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다소 답답한 전개와 밋밋해진 남녀 주인공 스토리 등으로 혹평이 나오기도 했지만, 서지혜가 '흑기사'의 최대수혜자라는 점은 이견이 없었다. 샤론을 만나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2003년 SBS '올인' 단역으로 데뷔한 서지혜는 비교적 빨리 주연으로 올라섰다. SBS '형수님은 열아홉'(2004), KBS2 '그녀가 돌아왔다'(2005) 이후 MBC '신돈'(2005) '오버 더 레인보우'(2006) 등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다. 영화도 신인 여배우 등용문으로 꼽히던 '여고괴담' 시리즈4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빠른 속도로 주인공이 된 서지혜는 2008년 안재욱과 SBS '사랑해'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드라마는 방영 내내 저조한 시청률로 외면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김수로' '49일' '별도 달도 따줄게' '귀부인' 등에 출연했으나 배우로서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러다 2014년 SBS '펀치'를 시작으로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 '질투의 화신' 등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와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배우로 다시 상승 곡선을 탄 서지혜는 최근작 '흑기사'에서 드디어 제대로 한방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최근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도 대중의 호감도를 높였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연예계 닮은꼴 레드벨벳 아이린과 함께 출연해 의외의 입담을 보여줬다. 또, tvN '인생술집'에서는 절친 신소율과 출연해 숨겨진 가정사를 고백했다.
그동안 서지혜는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있었으나, '인생술집'에서 "집안 사정으로 대학교 등록금을 내주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길거리 캐스팅이 유행하면서 잡지 모델부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며 가장이나 다름없었던 과거를 털어놨다.
'예쁜데 안 뜨는 연예인'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오히려 길게 오랫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쿨하게 넘어갔다.
데뷔 15년 만에 최고의 인생 캐릭터를 만난 서지혜가 '흑기사' 이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되고 있다./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흑기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