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승호 사장이 ‘무한도전’을 언급했다.
지난 8일 MBC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 코너 ‘간큰인터뷰’에 최승호 MBC 사장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욱DJ가 “사장이라고 봐드리지 않는다. 성역 없이 인터뷰하겠다. 청취자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은 가감 없이 다가서겠다”며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최 사장은 “‘간 큰’ 인터뷰인지 모르고 왔는데 조금 겁이 나긴한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사장님이신데 2만 원 상당의 소정의 출연료를 받으실 거냐”는 질문에 최 사장은 “안 주셔도 된다. 그렇지만 출연료가 적게 나온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받아야 한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안영미 DJ는 “사장님이 출연하신다고 해서 엄청 긴장했는데, 이렇게 무례하게 질문을 해도 다 받아주셔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MBC 예능 ‘무한도전’의 향방에 대해 최 사장은 “너무 한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것보다는, 시즌제를 통해서 시청자들께도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리면서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휴식기를 취하고 재충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무한도전조차도 시즌제를 거쳐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태호 PD에 대해서는 “김 PD는 크리에이터로서 ‘무한도전’을 도와주면서 당연히 계속해야 하는데, MBC라는 방송사로서는 김 PD와 같은 인재는 좀 더 많은 다른 프로그램들로 확장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고 그러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초반 최승호 사장은 긴장한 탓인지 다소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노잼’ 분위기에 제작진들도 덩달아 긴장하던 찰나 “김태호 PD와 식사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냐”는 최욱의 능청스러운 청탁형 질문에 최 사장은 “김태호 PD는 나도 밥 먹기 힘들다. 차는 마셔봤지만 밥은 못 먹어봤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연이은 ‘청탁’ 이야기 소재에 “의외다. 진지할 줄만 알았는데 최 사장이 재미 있게 풀었다”, “재미있으시네”라는 청취자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에 최욱이 “김 PD가 왔다면 고개를 조아렸을 것이다”, 안영미가 “이렇게 야망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말해 스튜디오가 웃음바다가 됐다는 후문이다.
최욱이 “전임 사장들과 갈등도 많고 비판도 많이 하셨다. 막상 사장이 되고 나서 보니 몰라서 비판했던 부분이 있냐”고 말하자 최 사장은 “제가 비판한 부분에서 특별히 그런 부분은 없다. 다만 경영자로서 역할을 하다 보니 그분들도 굉장히 힘들었겠다는 생각은 한다. 회사 경영은 여러 부문 전반에 걸쳐 컨트롤해야 하는데 그만큼 손발이 많은 셈.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데가 없다는 면에서, 정말 겨자씨만큼의 약간의 동병상련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렇지만 사실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는 동시에 사원들을 존중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승호 사장은 “에헤라디오 많이 사랑해 달라. MBC 라디오 잘 부탁드린다. 반드시 최고의 MBC 라디오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에헤라디오’는 대단한 방송이 되길 기대한다“며 격려했다.
생방송을 마친 안영미는 “사장님이 언짢아하실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마치 옆집 오빠처럼 편하게 대해주셔서 힘든 부분 없이 정말 좋았다. 정말 술 한잔하고 싶은 오빠 같은 분이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최 사장과 생방송을 진행한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섹시했다”고 말해 개그 대세의 매력 뽐냈다.
최욱은 “최승호 사장이 해고를 당하고 준백수 시절이었을 때 제가 업어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뿌듯하다”며 “제가 하고 있는 방송에서 최다 출연자였던 당시 최승호PD가 영화 제작 후 부탁을 하셨다. 처음에는 흔쾌히 해드렸고, 세 번째 초청에는 다른 분들과 함께 초대했는데 제목에서 최PD 이름을 뺐다. 그런데 마침 그분이 사장이 됐던 것. 그 후에는 연락드리지 않았다”며 비하인드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어 생방송 출연을 마치고 나온 최승호 사장이 출연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최승호 사장과의 일문일답.
Q1. ‘프로연출러’에서 ‘프로출연러’로 MBC 라디오 생방송에 참여하게 된 소감이 어떠신지.
-“조심스럽네요. 생방송 출연은 많이 해왔지만, 지금은 사장이라는 면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PD였을 때는 비판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저널리스트의 자격이었다면, 지금은 방송사 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는 역할 차이가 생겼어요. 비판은 MBC 내부 저널리스트, PD, 기자들의 몫이죠.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Q2. 안영미, 최욱 DJ 는 오늘 방송에서 본인들이 간이 작다고 했다. 사장님은 간이 큰 편이신지?
-“그동안 제가 해왔던 많은 취재들이 이른바 ‘큰 권력’에 대한 취재여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저를 간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Q3. 방송에서 “정치권이나 권력으로부터 오는 청탁은 내게 의미가 없다”고 말하셨다. 그렇다면 반대로 결탁이나 연관이 없다면, 보편적으로 생각할 만한 융통성이 있는 일종의 유쾌한 청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청탁이라기 보다 추천은 있을 수 있죠. 여러 가지 상황에서 무언가를 선택하다 보면, 다양한 경로로 들어오는 추천 같은 것들은 검토 대상이니까 자연스럽게 검토를 하면 되죠. 다만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압력이 들어오면 안 되죠”
Q4.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분이었나”, “기대 안 했는데 반전매력 있으시네” 등 많은 청취자들이 호응을 보내왔다. 또 출연해서 오늘보다 더 재미있게 분위기를 띄워주실 의향이 있으신지. 다른 프로에서도 요청이 많을 텐데 다 출연해주실 건가.
-“너무 자주 나오면 안 되겠지만, 라디오에서 판단해서 필요하다고 하면 할 수도 있는 거죠. 다른 프로에서 연락이 많이 오면 또 생각해봐야죠. 하하”
Q.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MBC가 최고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kangsj@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