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고, 너무 반갑다고, 잘 지냈냐고. 그럴 줄 아셨어요?”
지난 8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윤현기) 6회에서는 이보영(수진 역)이 어린 시절 자신을 버렸던 친엄마 남기애(홍희 역)를 향해 분노와 슬픔으로 얼룩진 진심을 토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메어지게 했다.
앞서 이보영은 갈 곳 없는 허율(혜나 역)에게 무심한 듯 친절을 베푸는 이발소 할머니 남기애가 사실은 오래 전 보육원 앞마당에 자전거 자물쇠로 묶어놓고 도망간 친엄마임을 알고 패닉상태에 빠졌다. 게다가 이혜영(영신 역)의 집 주변에 머물며 자라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봐왔다는 사실은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 터.
친모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 없었을 거라고 여기며 외려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던 그녀의 믿음이 철저하게 배반당한 것과 마찬가지. 이보영에게서는 상처 받지 않으려고 굳게 세워둔 방어기제가 허물어진 순간의 허망함이 절로 느껴졌다.
이어 다시 한 번 친엄마와 마주한 이보영은 “그렇게 버리고 갔으면 어디 가서 당신 인생 잘 살아야지, 그게 최소한의 예의 아니에요 나한테?”라고 그간 꾹꾹 억눌렀던 속내를 토해내듯 쏟아냈다. 애써 봉합 시켰던 생채기가 다시 터져나가는 아픔을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꾹꾹 눌러 담아내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녀의 감정에 함께 이입케 만든 것.
또한 남기애에게 화살처럼 날카로운 말들을 내뱉었지만 외려 자신이 더 상처 입은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 척해서 더욱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곧 무너져버릴 것 같다고 말하는 이재윤(진홍 역)앞에서 “저요, 내일도 일어나 똑같은 걸 또 할 수 있어요. 정말 아무렇지 않아요”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아직 그녀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으로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이보영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삶 속으로 끼어든 친엄마의 존재에 혼란과 울분, 갖가지 감정이 뒤섞인 심리를 비롯 강인함을 위장한 캐릭터의 여린 내면을 디테일하게 묘사, 극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날 극 말미, 이보영은 남기애 이혜영과 삼자대면, 낳아준 엄마와 길러준 엄마 사이에 서게 되면서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두 엄마 가운데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한층 더 드라마틱해질 그녀의 연기에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 nahee@osen.co.kr
[사진] ‘마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