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에서 안 좋은 표정 많이 보였죠. 이제 성숙해지겠습니다".
류제국은 2016시즌 만개했다. 29경기에 등판해 완봉승 한 차례 포함 13승11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했다.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도 등판, 8이닝 1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때문에 2017시즌에 대한 기대는 당연했다.
하지만 류제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5경기 8승6패, 평균자책점 5.35. 2013년 KBO리그 데뷔 이후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이었다. 시즌 초반 성적은 좋았다. 류제국은 첫 7경기서 6승1패, 평균자책점 3.05로 호투했다. 하지만 5월부터 와르르 무너졌고, 시즌 후반까지 살아나지 못했다.
아쉬움만 남기고 마무리한 2017시즌. 류제국은 누구보다 먼저 2018시즌 준비에 나섰다. LG 본진의 스프링캠프 출국은 1월 30일 미국 애리조나로 이동했다. 류제국은 이보다 9일 앞선 21일 먼저 나섰다.
미국 애리조나 파파고스포츠컴플렉스에서 만난 류제국은 다소 걱정어린 표정이었다. "몸 상태는 괜찮은데 투구 밸런스가 영 안 좋다. 지난해 시작부터 구속이 워낙 떨어졌다. 경헌호 코치님, 강상수 코치님, 김현욱 코치님 도움으로 이 부분을 신경썼지만 아직 소득이 없다".
류제국이 꼽은 지난해 부진 원인은 '얇은 귀'였다. 사실 시즌 초반에도 구위나 구속은 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6승1패 호성적이 나왔다. 이때 주위에서 '구위 안 좋은데 6승1패, 평균자책점 3점대다. 여기에 지난해 구위만 되찾으면 일낸다'고 류제국을 설득했다. 류제국도 이에 혹해 시즌 도중 매커니즘 수정에 나섰다. 결국 매 등판마다 다른 밸런스로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 위에서도 투구 후 전광판만 보고 구속을 체크할 정도. 류제국은 "볼 배합이나 경기 운영이 전혀 안 됐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후반기 들어 멘탈이 완전히 나갔다. 무리해서 밸런스를 수정하다보니 허리 부상까지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기대 속에서 시작됐던 2017 스프링캠프와 올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류제국은 "지난해 이맘때는 2016년 팀 성적이 괜찮았고, 와일드카드 호투로 자신감도 붙어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초조함과 불안이 많다"고 털어놨다. 류중일 신임 감독은 무한 경쟁을 선언했다. 류제국 역시 선발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류제국도 이에 동의했다. "결국 무조건 경쟁이다.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나도 내 자리에서 살아남겠다는 생각이다. 캠프에 참여하는 선수들 연령대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 경쟁은 피부로 느껴진다. 지고싶진 않다". 류제국의 다짐이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주장을 맡았던 선배로서의 책임감도 있다. 류제국은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밸런스가 안 좋아서 캠프 때 고전하던 선배가 개막에 맞춰서 결과를 낸다면? 그 자체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캡틴 완장'은 박용택에게 넘겨줬다. 류제국의 올 시즌은 한결 가벼운 마음일 수밖에 없다. 류제국은 "이상훈 선배 이후 최초의 투수 출신 조장이었다. 주장으로서 역할 다하려고 후배 편에 섰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LG는 내가 입단했을 때만 해도 군기가 심했다. 후배들이 라커룸 출입도 눈치 봤을 정도다. 팀 분위기를 바꾼 게 주장으로서 가장 큰 성과였다"고 돌아봤다.
2018시즌, 팀과 개인 성적은 당연한 목표다. 류제국은 여기에 한 가지를 보탰다. "지난해 마운드에서 안 좋은 표정 보이는 게 잦았다. 성숙한 모습 보이는 게 목표다. 나도, 팀도 성적만큼이나 이런 부분을 신경쓰겠다"고 다짐했다. 개인 목표는 단 하나, 팀에 기여하는 것이다. 류제국은 "많은 이닝 던지면서 팀에 기여하는 게 목표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사진] 파파고(미 애리조나주),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