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전설' 류중일 LG 신임감독의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의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유격수 발굴이다.
LG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파파고스포츠컴플렉스. 9일(한국시간) 내야 수비 훈련이 한창일 때, 류중일 감독에게 유격수 자리에 대해 물었다. 류 감독은 "결국 저 둘이 해줘야 한다"며 백승현과 장준원 쪽을 가리켰다. 2루수 쪽에는 강승호, 윤진호, 박지규 등이 훈련 중이었다.
LG 유격수는 수년째 오지환이 주전이었다. 하지만 오지환은 이번 미국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오지환이 군 미필인 탓에 병무청에서 출국 허가를 내주지 않아 여권 발급 자체가 안 됐다. 결국 스프링캠프에서는 오지환을 제외한 자원으로만 전력을 꾸려야 한다.
류중일 감독은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시즌 중이라도 영장이 나오면 입대해야 한다. 오지환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오지환이 시즌 초 맹활약한다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도 가능하다.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병역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장담할 상황은 아니다. 류 감독은 만약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하지만 백승현과 장준원은 냉정히 말해 지난해까지 백업 요원으로 분류됐던 자원이다. 당장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게 쉽지 않다. 류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저들은 아직 1군 경험이 없다. 유격수라면 내야와 외야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 흔히 사령관이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아직 본인 것만 하기 바쁘다. 흐름을 읽는 눈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이들이 '명유격수 출신' 류중일 감독 눈에는 더욱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류중일이 놓치면 안타'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 박진만-강정호 등이 이었던 한국 유격수 계보는 류중일 감독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이날 훈련을 보며 선수들이 실수할 때면 답답함을 애써 숨겼다.
류 감독은 삼성 코치 시절에도 내야 조련의 1인자로 꼽혔다. LG에서도 이러한 면모를 보인다면 전력에 대한 염려가 한결 가벼워질 터. 류 감독은 "경험 부족은 하루이틀 만에 완성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결국 선수들이 해결해줘야 한다"고 믿음을 보냈다. /ing@osen.co.kr
[사진] 파파고(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