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흑기사'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걸까. 엔딩까지 허무했고 당황스러웠다.
지난 7일 KBS 2TV 수목드라마 '흑기사'가 종영됐다. 문수호(김래원 분)는 전생의 분이(신세경 분)의 염원이 담긴 은장도에 찔린 후 초능력을 얻고 불로불사의 존재가 됐다. 샤론(서지혜 분)은 불에 타 죽었고, 정해라(신세경 분)는 늙어 문수호의 옆에서 잠을 자듯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문수호는 혼자 남았고, 정해라에게 '해라야 기억해줘.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만나든 다시 볼 수 없다고 해도 널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흑기사가 있었다고. 그 사람 인생은 니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사랑해'라는 말을 전하는 엔딩을 완성했다.
'흑기사'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 200여년에 걸친 사랑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소개됐다. 초반만 해도 문수호, 정해라, 그리고 샤론의 삼각 관계가 뻔하긴 해도 개연성 있게 전개돼 이목이 집중됐다. 특별한 존재인 샤론과 백희(장미희 분)의 활약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중반 이후 '흑기사'는 길을 잃었다. 갑자기 해라와 수호 앞에 벌어진 기이한 일이나 생겨난 능력들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어서 개연성을 잃은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바뀐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의 중심이 되어버린 샤론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아무리 김래원 신세경 서지혜 장미희 등 출연 배우들이 열연을 펼쳐도 길을 잃은 전개는 회복이 불가능했다. 급기야 19회와 20회에는 백희가 갑자기 죽고, 샤론이 백발 노인이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게다가 불로불사의 존재가 된 문수호와 그런 그의 곁에서 늙어간 정해라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대사로는 정해라를 지키는 흑기사가 되고 싶었던 문수호지만,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흑기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가 힘든 전개였다. 또한 끝까지 이어진 샤론의 집착과 광기 어린 행동 역시 큰 아쉬움을 남겼다. /parkjy@osen.co.kr
[사진] '흑기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