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인터뷰②] 이정후, “이젠 아버지보다 제 사인 먼저 받아요”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2.09 13: 15

이제 ‘이종범 아들’ 이정후(20·넥센)가 아닌 ‘이정후 아버지’ 이종범 코치다.
2017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상품은 이정후였다. ‘이종범의 아들’로 먼저 유명세를 떨친 이정후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144경기 전 경기 출전, 신인최다 179안타, 신인최다 111득점, 타율 3할2푼4리의 놀라운 활약은 ‘역대급 신인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이정후는 비시즌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비록 일본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이정후는 일본의 투수들을 상대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코치와 함께 부자가 다시 한 번 야구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 첫 국가대표 경험은 어땠나?
▲ 남다른 기분은 잘 못 느꼈다. 연령대가 낮아서 형들과 잘 맞았다. 형들도 잘 챙겨줘서 편했다.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서 좀 더 끈끈하고 더 잘 맞는다. 각 팀에서 제일 잘하는 형들이라 훈련법도 유심히 봤다. 치는 것도 물어봤다. 좋은 시간이었다.
- 아버지와 함께 일본 언론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데?
▲ 사실 잘 모르겠다. 일본기자들과 연습할 때 한 번 인터뷰가 있었다. 도쿄에 도착하고 다음 날 연습할 때 인터뷰했다. 경기 때는 마주치지 않았다.
- 코치로서 아버지는 어땠나?
▲ 야구장에서만 봤다. 숙소에서도 한 번도 (개인적으로) 부른 적 없다. 사우나에서 마주쳤다. 운동장과 식당 말고 마주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어드바이스도 하지 않았다. 외야 형들과 주루 연습할 때만 단체로 어드바이스를 하셨다.
- 아버지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것이 특별한 기분이었을 것 같다.
▲ 이번에도 하면서 1루에서 아버지가 내 장비를 받아주실 때 신기했다. 사인을 잘 보라고 하셨다. 우리가 뒤에 있다고 하셨다. 아빠와 뛰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 이번에 한 번 이뤘다. 앞으로 자주 했으면 좋겠다.
- 아버지에게 닮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 모르겠다. 다 닮고 싶다. 매사에 난 진지하다. 아버지는 ‘좀 안 되면 어때?’ 이런 식이다. 그런 대범한 것도 닮고 싶다. 운동장에서 나도 표현도 하고 싶은데 잘 못하는 편이다.
- 아시안게임 금메달 욕심도 있을 법하다. 군문제도 걸려 있지 않나?
▲ 군대문제는 아직 실감 못한다. 작년 11월에 신체검사를 받았다. 군대 이야기하면 아직 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친구 3명이 군대에 갔다. 기회가 되면 대표팀에 뽑히면 좋겠다.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아직 월급이 안 들어와서 실감은 안 난다. 이번 달부터 들어온다. 아직 모르겠다. 어머니가 돈 관리를 하신다. 차는 샀다. 어머니가 이제 데리러 안 오셔도 된다. 하하.
- 인기를 실감하나?
▲ 작년보다는 알아보신다. 친구들과 밥을 먹는데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신다. 신기하다. 어릴 때 아빠랑 어디를 가면 알아보는 게 신기했다. 이제 절 먼저 알아보시고 ‘이 사람이 이종범 씨냐?’고 하셨다. 그걸 보고 어머니가 좋아하신다.
- 이제 ‘이종범 아들’과 ‘이정후’ 중 어느 소리를 더 많이 듣나?
▲ 학창시절 때는 ‘이종범 아들’이라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었다. 그냥 체념했다. 프로에서 내 이름으로 평가해주시니까 너무 좋더라. 내가 못하면 욕먹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못하면 아버지도 욕을 먹었다.
- 신인 때 가장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면?
▲ 유니폼이 없어서 빌리러 다니던 생각이 난다. 4월이었다. 그 때는 (문학구장에) 내 유니폼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제는 팬들이 다들 유니폼이 있다.
첫 안타도 기억이 난다. 첫 안타 공도 갖고 있다. 100안타 공도 있고, 고졸신인 신기록 공도 있다. 홈런볼도 있다. 데뷔전도 생각난다.
-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 손아섭 선배님을 닮고 싶다. 플레이 할 때 근성과 투지가 있다. 눈빛이 멋있다. 타격하실 때 볼 때 마다 진짜 잘 치신다. 인사만 했다.
- 팀내서 친한 선수는?
▲ 김하성 형이나 (고)종욱이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많이 챙겨주신다. 하성이 형이 나이가 비슷하다.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종욱이 형은 룸메이트라 원정경기 가면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쉴 때는 야구이야기 안한다. TV보다 야식 먹고 잔다.
- 팬들이 유덕화 닮았다고 한다. 본인 생각은?
▲ 솔직히 유덕화가 누군지 모르겠다. (사진을 보고) 약간 그런 소리는 들었다. 눈썹이 진해서 그런 것 같다.
- 야구하면서 꿈은 뭔가?
▲ 초중고 전국대회서 우승해봤다. 프로에서 우승하면 다 해보는 것이다. 주변에서 (올 시즌 넥센이) 우승하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없다. (친구들이) 팀은 관심 없고 나에게만 관심 있다. 형들과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눴다. 나 혼자 (우승에 대한) 기대가 많이 된다.
- 좋아하는 이상형은?
▲ 절 잘 챙겨주는 사람, 내조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내가 좀 덤벙댄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다. 현재 여자친구는 없다.
- 걸그룹에는 관심이 없나?
▲ 사실 연예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 다 같은 사람이지 않나.
- 모모랜드 주이가 아버지와 방송을 하면서 ‘이정후 멋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 친구들이 (방송사진을) 보내줘서 나도 봤다.
- 연예인에 관심 없다면서 레드벨벳 슬기와 사진을 찍었던데?
▲ 팬이었다. 내 등장곡이 레드벨벳 노래였다. 이제 강렬한 걸로 바꾸고 싶다. 응원가는 괜찮은 것 같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화성=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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