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단짝' 오승환과 추신수(36·이상 텍사스)가 한솥밥을 먹는다. 프로 첫 호흡.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한국인 선수와 함께 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경험자' 서재응(41) KIA 투수코치가 이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디애슬레틱'을 비롯한 유수의 미 스포츠매체는 지난 7일(한국시간) 일제히 "프리에이전트(FA) 투수 오승환과 텍사스의 계약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1+1년 최대 925만 달러(약 101억 원) 계약. 옵션이 가득하지만 마무리 투수 보직이 유력한 점으로 오승환을 설득했다. 오승환은 8일 메디컬테스트를 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계약이 확정된다.
텍사스에는 이미 추신수가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추신수는 2013시즌 종료 후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515억 원) 규모의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이후 4시즌 동안 부침을 겪고 있지만 올해도 텍사스의 지명타자 0순위로 꼽힌다. 오승환이 가세하면서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한솥밥을 먹게 된 셈이다.
1994년 박찬호(당시 LA 다저스)를 시작으로 지난해 황재균(당시 샌프란시스코)까지 24년간 21명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누볐다. 한국인이 메이저리그 팀에서 나란히 뛰는 건 오승환과 추신수가 네 번째다. 시작은 김선우와 김병현(2005~2006)이 끊었다. 김병현은 2005시즌을 앞두고 콜로라도로 이적했다. 김병현이 콜로라도 첫 시즌을 치르던 8월, 당시 워싱턴에서 뛰던 김선우가 웨이버 공시됐다. 콜로라도가 클레임을 걸었고, 김선우를 품었다.
이후 두 번은 모두 서재응이 축이었다. 서재응과 구대성은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호흡을 맞췄다. 구대성은 불펜투수로 33경기에 나서 23이닝을 던지며 6홀드를 기록했다. 서재응은 선발투수로 14경기에 등판해 8승2패, 평균자책점 2.59로 호투했다. 메츠 선발과 뒷문에서 한국 선수들이 나란히 활약했던 시즌이다. 서재응은 2007년, 류제국과 탬파베이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류제국은 당시 주로 불펜으로 나섰지만 17경기 평균자책점 7.33으로 썩 좋지 못했다.
서재응은 현역 은퇴 후 KIA 투수코치로 변신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서재응 코치와 연락이 닿았다. 서 코치는 한국인 둘이 한 팀에서 뛰는 건 엄청난 시너지로 평가했다. 서 코치는 "다른 걸 다 떠나서 한국말로 속깊은 야구 이야기 할 상대가 있다는 자체가 든든할 것이다. 통역이나 에이전트, 스태프 등과 다를 수밖에 없다. 내 바로 옆에 같은 나라 사람이 있는 것이다. 외로울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선배 구대성, 후배 류제국과 함께 뛰었던 시절은 서 코치 기억에 생생하다. "나와 (구)대성이 형, (류)제국이 모두 투수였다. 내가 부진했을 때는 대성이 형이, 제국이가 부진했을 땐 내가 데리고 나가 술 한 잔 기울였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개선점을 찾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타국 선수들과는 아무리 가까워도 식사 한 끼가 전부다. 정말 마음고생이 심할 때 소주 한 잔 기울일 사이가 있다는 자체가 든든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재응 코치가 미국에서 뛸 때는 유달리 또래 선수들이 많았다. 앞서 언급한 구대성, 류제국이 아니더라도 동갑내기 김선우, 두 살 후배 김병현이 뛰고 있었다. 이들이 원정이라도 올 때면, 서 코치가 버선발로 마중나갔다. "상대 팀 미팅이 끝날 때까지 한참 기다린 적도 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잠깐 얼굴 보는 게 낙이고 행복이었다". 서 코치의 회상이다.
서 코치는 한솥밥을 먹게 된 오승환과 추신수에게 격려를 전했다. "텍사스 다른 선수들이 (추)신수에게 (오)승환이 관해 많이 물을 것이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인상이 달라질 것이다. 승환이는 '신수가 잘 쳤으면 좋겠다', 신수는 '승환이가 꼭 세이브를 기록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랄 것이다. 가장 가까이서 응원하는 팬이 생기는 셈이다".
'초보 코치' 서 코치 주변에도 동료들이 함께다. 일본 오키나와에는 서 코치 외에도 홍세완 코치, 김상훈 코치가 함께다. 서재응 코치는 "선수나 해설위원으로 스프링캠프 올 때와 느낌이 다르다. 이제 막 배우는 단계다. 홍세완 코치, 김상훈 코치가 잘 도와줘서 적응이 쉽다"고 감사를 전했다.
어느 팀이든 진심을 털어놓을 친구와 함께라면 든든할 수밖에 없다. 이역만리 타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승환과 추신수가 만들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ing@osen.co.kr
[사진] 오승환-추신수(위). 구대성-서재응-류제국(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