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가장 주목 받기 어려운 포지션을 고른다면 서포터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함 보다는 묵묵하게 팀을 보호하고 전술을 펼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활약은 더욱 빛날 수 밖에 없다. 1년의 공백기를 딛고 이제 물오른 기량을 펼치고 있는 아프리카 서포터 '투신' 박종익의 이야기다.
박종익은 지난 8일 서울 상암 e스포츠 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진에어와 1라운드 경기 3세트서 초반 승부를 결정짓는 슈퍼 플레이로 MVP를 받았다. 시즌 6번째 MVP로 MVP 포인트 600점을 획득하면서 MVP 포인트 순위 1위에 올라갔다.
주목받기 힘든 서포터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이현우 해설도 '투신'이라는 박종익의 소환사명을 빗대어 "투신, 싸우기 위해 태어난 친구인가요. 저런 상황에서 상대를 잡는 킬 각을 봤어요."라며 감탄사를 연신 터뜨렸다.
'투신' 박종익의 활약이 더 대단한 이유는 1년간의 공백기를 딛고 일어섰다는 사실 때문이다. 서포터에서 정글러로 다시 서포터로 돌아온 그가 2017년 복귀한 이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박종익은 지난 2014년 6월 3일 '2014 롤챔스 서머'서 IM(현 킹존) 서포터로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서포터 시절부터 피지컬에 관련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재능러였다. 마오카이 이렐리아 등 파격적인 서포터 메타를 보이면서 전력이 약했던 IM의 보물같은 존재였다. '이그나' 이동근의 합류 이후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하기도.
실전에서는 '던지는 정글러'라는 불명예스러운 애칭이 생길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날카롭게 파고드는 그의 피지컬은 상대 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실제로 그는 스마트키 보다 정확한 직접 입력으로 당시 스승이었던 강동훈 감독과 팀원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타고난 재능은 대단했지만 갑작스러운 집안 사정으로 2015 KeSPA컵을 앞두고 롤챔스 무대를 떠났다. 당시 그의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투신' 박종익을 도저히 만류할 수 없었다. 결국 1년 간의 공백기가 생길 수 밖에 없게 됐다.
공백기 기간 동안 서머 시즌을 앞뒀던 CJ의 입단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었다. CJ 코칭스태프도 반년 이상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그의 게임센스에 놀라기도 했다. CJ 테스트를 계기로 '크레이머' 하종훈과 아프리카에서 재회하게 됐다. 단짝이 된 하종훈은 "투신이 LCK 최고의 서포터"라며 주저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 정도다.
하지만 최연성 감독의 평가는 냉정하다. "더 실력을 높이고,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더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됐으면 한다"라고 평가했다.
최 감독의 말을 해석하면 지금 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박종익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팀의 실력이 높아져서 그렇다"고 말했지만 그가 안정감을 찾은 이후 아프리카의 조직력은 견고하면서 강력하다. 느린 것 같지만 느리지 않는 묵직함으로 상대의 스노우볼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무실세트 5연승이 이를 입증한다.
상황에 따라 전천후 역할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진가를 확인 시켜주고 있는 '투신' 박종익. 그의 LOL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