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게 없어서요."
한화 외야수 양성우(29)는 지난 8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나하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한화 스프링캠프의 휴식일. 선수들은 각자 외식·쇼핑·온천 등으로 휴일을 보내며 재충전했다. 그런데 양성우는 오후 2시 숙소 인근 피트니스 센터를 찾았다. 후배 투수 김진영·박주홍과 함께였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양성우가 비활동기간 대전에서도 매일같이 야구장을 찾아 꾸준히 웨이트를 했다. 일본 캠프에 와서도 웨이트를 빼먹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만의 루틴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도 배민규 수석 트레이닝코치의 맨투맨 지도로 1시간 넘게 웨이트를 했다. 강도 높은 웨이트에 상의까지 벗어던질 정도였다.
양성우는 "할 게 없어서 왔다"며 웃은 뒤 "비활동기간 때부터 웨이트를 많이 하고 있다. 살도 빼야 하고, 힘과 체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 당장 어떤 효과를 보려는 게 아니다. 시즌 전체 일정을 길게 보고 준비하는 것이다"며 "올해 캠프에서는 팀 훈련이 일찍 끝나다 보니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 시즌부터 캠프 숙소에서 독방 인원을 늘렸다. 1990년생 이태양·장민재까지 1인 1실을 쓴다. 양성우는 "방도 혼자 쓰다 보니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많이 생각한다. 갑자기 불현 듯 타격 스윙이나 자세가 떠오른다. 혼자 연습해보고 다음날 코치님들에게 물어보곤 한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이 힘과 순발력 강화. 이를 위해 쉬는 날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자발적으로 했다. 양성우는 "재작년부터 경기에 많이 나가다 보니 상대 투수들에 대한 타이밍은 어느 정도 잡힌다. 거기서 스윙 궤도나 메커니즘만 살짝 바꿔보려 한다. 단순히 홈런을 많이 치겠다는 게 아니다. 2루타도 장타다. 웨이트로 힘과 순발력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 제라드 호잉이 새로 가세하면서 양성우도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경쟁은 어차피 매년 하는 것이다. 호잉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에게도 먼저 다가와 장난을 치면서 적응하려고 한다"며 "호잉이 왔지만 나도 팀이 필요로 하는 외야 포지션은 어디든 준비할 것이다"는 말로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자율 훈련이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쉬는 날에도 방에 있는 것보다 하나라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장 (최)진행이형 말대로 자율 훈련이라고 나태해지면 안 된다. 한 번 떨어지면 올라오기 힘들다"는 것이 양성우의 말이다.
올 시즌 1차 목표는 개막 엔트리 진입이다. 양성우는 "2012년 신인 때 이후 개막 엔트리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작년에도 그랬다. 올해는 개막 엔트리부터 목표로 하겠다. 이젠 확실하게 내 자리를 잡아야 할 때"라는 말로 의지를 불태웠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