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이 금의환향 했다.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은 8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 미추홀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베트남행에 대해 "한국 지도자 후배들을 위한 마음도 있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지난달 23세 이하(U-23)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폭설 속에 치러진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박 감독과 U-23 베트남대표팀은 비록 우승에 실패했지만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됐다. 베트남 축구가 AFC 주최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것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역대 최고 성적이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작년 10월 선임돼 베트남 대표팀을 이끈지 단 3개월만에 성과를 이뤄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사실상 신드롬까지 일어났다. 밤새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전 국민이 밤을 세워 박 감독과 아이들을 칭송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던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의 한국 분위기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실제 박 감독과 대표팀이 베트남으로 귀국하자 금성홍기를 든 붉은 환영 인파가 전 나라를 뒤덮었다. 카퍼레이드가 펼쳐졌나 하면 대표팀은 1급, 박 감독은 3급 노동훈장까지 받았다.
이날 회견에는 이영진 베트남 대표팀 수석코치도 함께 참석했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코치의 일문일답.
-베트남 갈 때 이런 환대 받으리라 예상했나.
▲작년 10월 25일 공식 부임했다. 23세와 성인 대표팀을 전담하기로 했다. 이번 대회는 12월 1일부터 준비했다. 사실 노력은 했지만 이런 결과까지 나오리란 예상 못했다. 귀국하면서 베트남 국민들께서 선수들이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격려해줘서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사람들 이렇게 열광하는 것이 승부차기에서 보여준 드라마 때문이라고도 생각하다. 승부차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선수들의 정신력은 감독님과 어떤 부분이 소통됐던 것인가.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이영진 수석코치와 논의를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선수와 스태프 간에 신뢰와 믿음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 선수들이 열정과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도록 자극시킨 것도 있지만 자신감 불어 넣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과정, 체력 열세 등을 이겨내고 연장전까지 갔다는 것에 대해 선수들의 정신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가장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향후 계획은
▲(이) 좋았던 순간은 팀이 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 오른 것이다. 선수들도 기억에 많이 남을 듯 하다. 슬픈 건 마지막 1분을 지키지 못하고 졌을 때다. 선수들도 기억에 많이 남을 듯 하다. 평생 아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 대표팀 향후 계획은 3월 27일 성인대표팀의 원정경기가 있다. 조별통과를 한 상태라 선수구성에 대해 3월 7일부터 베트남 리그가 시작되기 때문에 새로운 성인 선수와 23세 선수 병행해서 출전할 것이다. 8월 아시안게임도 있지만 베트남협회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11월 스즈키컵이다.
-고마웠던 사람. 기억에 남는 순간 있었나.
▲베트남 가서 특별히 외롭다고 느낀 것은 없다. 이영진 코치도 있고 가족도 와 있고. 이영진 코치가 떠나자고 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응해준 것이 고맙다.
-축하인사 많이 받았을 듯.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인사는
▲중국에 있을 때는 통신이 잘 안돼서 문자로만 격려 받았다. 베트남 수상께서 직접 현관에 나와서 저를 반갑게 맞이 해 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년 아시안컵에서 한국팀과 만날 수도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은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스즈키컵이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베트남 축구협회와 아시안게임과 스즈키컵까지만 계획했다. 한국은 내 조국이고 항상 사랑한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한국에서 최선 다할 것이다.
-쿠앙 하이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 있는 선수가 있나. K리그에 진출한다면
▲ 한국 선수와 비교하기 어렵다. 베트남 선수는 나름 장점이 있다. 축구 문화적인 환경, 스타일 자체가 있기 때문에 k리그가 판단할 문제다. 짧은 기간 베트남에 있었지만 선수들의 기술적인 장점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이) 쿠앙 하이는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다. 다만 신체적 조건이 작고 저체중이었다. 작은 건 문제가 안되지만 파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체중, 체지방이 많이 나가지 않아서 나올 수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그런 것을 보충하자고 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선수도 지금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박)체력문제와 영양문제를 우선 다뤘다. 인바디 측정을 했는데 체지방이 부족하다고 나왔고 오른발과 왼발의 주발의 밸런스가 안맞았다. 상체근력도 부족하다고 나왔다. 원래는 호텔에 가기로 했는데 센터에서 먹고 자겠다고 했다. 먹는 것만 요구하는대로 해달라고 했다. 고단백질 음식 베트남의사와 상의했고 계속 공급하라고 했다. 상체근력은 짧은 시간 되지 안는다. 그래서 피지컬 코치가 밤 9시 30분부터 30분간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일주일 4~5회씩 상체근력만 중점적으로 운동시켰다. 측정은 안해봤지만 그런 부분이 보완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믿음을 갖고 박 감독을 따라갔나. 어떤 점에서 힘이 도움이 됐나.
▲(이)처음 대학 졸업하고 프로 들어갔을 때의 인연이 작용했다. FC서울 전신인 럭키 금성에 처음 입단했을 때 그 팀에 계셨고 같은 방을 썼다. 지도자로 같이 있었고. 94년 월드컵 갈 때도 같이 갔다. 여러 인연도 있고 사람에 대한 믿음도 있고.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다 돕겠다고 했다. 나 역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내가 도움이 되다면 나도 가서 경험해보자 했다.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
(박)이 코치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된다. 여기 떠났을 때 이 코치에게 '우리가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둘이 한 번 동남아를 개척해보자'고 농담삼아 말했다. 베트남 정보도 별로 없었고 생소하기도 했다. 베트남 감독이 자주 경질된다는 것만 알았다. 가서 너나 나나 부지런하니까 성실한 것만 보이자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한국의 후배들에게도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출발했다.
-박 감독이 미웠을 때가 있었나.
▲(이)사실 이번 대회기간 동안 감독님만큼 긴장하지 않았다. 예선 때부터 즐기시라고 말씀드렸다. 예선 통과한 후 매번 즐기시라고 했다. 나는 즐기려고 노력했다. 벤치에서도 긴장을 많이 안했다. 그렇게 119분을 즐겼다. 하지만 마지막 1분 아쉬웠다. 그 때 감독님이 와서 위로해주셨다. 그 때 감독님이 밉다기보다 스스로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때가 처음으로 감독님께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악수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니까 됐다고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수들 일일이 안아줬다. 이유는.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인가.
▲경기 전 후에 항상 그렇게 한다. 말이 안통하기 때문에 통역을 통해서 직접 전달하지 못한 마음을 스킨십으로나마 전달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영어로 메시지 전달한다. 물론 히딩크 감독께 많은 걸 배웠다. 그렇지만 모방한 건 아니다. 어떤 상황 때 히딩크 감독님이 대처하는 방법이나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02년 때 나름대로 생활하면서 정리한 게 있다. 답답할 때 보면서 약간 힌트 찾아서 적용하기도 한다.
-결승전 눈이 많이 왔다. 눈이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보나.
▲베트남 선수들은 추위에 약하다. 재작년 기온을 보니 영하까지 내려가더라. 그래서 가기전에 독감 예방주사 맞고 장비까지 준비했다. 상하이로 들어갔는데 굉장히 추웠다. 추위와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선수들이 잘 적응해줬다. 결승전 앞두고 눈이 와서 상하이까지 나가서 장비를 수급했다. 눈은 2~3명만 봤다고 하더라. 다들 신기해 하면서 대회 준비보다 눈싸움을 하더라.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처음 눈을 보지만 눈이 절대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눈은 쌓인다. 우즈벡 선수들은 크다. 미끄러운 것은 큰 선수들에게 훨씬 더 단점으로 작용한다. 일어서는 동작도 편할 수 있다. 경기를 졌다고 해서 눈 때문에 졌다는 변명은 나도 하기 싫고 듣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예상외로 선전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는 정체상황이다. 밖에서 보면 무엇이 보였나.
▲(이) 소식을 자주 접하진 못했다. 인터넷으로만 봤다. 김봉길 감독은 내가 잘 아는 후배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단순하게 볼 때 중국에서 경기를 보면서 좀더 자연스럽게 즐기는 분위기만 만들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한국축구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월드컵에 두 번 나갔지만 그 때보다 지금 선수들은 심리든 육체든 무겁게 여기는 것 같다. 그게 뭘까 생각한다. 그런 건 지도자로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든 부분에서 노력하고 할려고 하는 것 같다. 잘 되리라 생각한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