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원진아와 이준호의 사이는 담백하면서 동시에 달달하기도 했다. 평소에 들으면 오글거린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사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전혀 오글거리지 않았고 유치하지 않았다.
그렇게 원진아와 이준호는 오글거리고 유치할 수 있는 상황들을 담백하게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담담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마치 주변에 어떤 커플의 사랑을 보는 듯 문수(원진아 분)와 강두(이준호 분)의 사랑을 담백하게 풀어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강두가 호빵을 먹는 문수에게 “예쁘게도 먹네. 아주 귀여우느라 수고가 많다”고 하는가 하면 추워하는 문수에게 옷을 벗어주려다가 자신의 큰 재킷으로 문수를 백허그 하는 장면은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대사와 두 배우의 적절한 키 차이는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그만큼 원진아와 이준호의 케미스트리는 남달랐다. 이 드라마의 장르 멜로를 제대로 살린 두 배우였다.
-대사부터 백허그까지 이준호와 달달한 멜로 연기를 펼쳤는데?
▲ 대본으로 봤을 때는 너무 달달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기할 때는 아니었다. 이준호가 무심하게 대사를 하는 편이라 그렇게 달달한 대사를 하니까 오히려 담백하게 들리고 부끄럽거나 쑥스럽지 않았다.
이준호가 많이 맞춰줬다. 배려도 해주는 걸 보면서 배웠던 게 많았다. 선배님들에게 배우는 것이 있듯이 또래 배우들에게도 받는 에너지가 있다. 이준호와 2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어른스럽고 진중한 면이 있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잘 맞춰준 덕에 호흡이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백허그 장면이 크게 화제가 됐는데 촬영할 때 어땠나?
▲ 나는 그 장면을 대본으로 먼저 보고 그게 가능한 거냐고 했다. 이준호가 큰 재킷을 열심히 찾았다고 하더라. 이준호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체격이 좋긴 하지만 내가 재킷 안에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다. 그런데 폭 잘 감싸주더라.
‘그냥 사랑하는 사이’ 하면서 상상만 했던 것들을 경험하니까 재미있더라. 솔직히 좋아하는 남자한테 좋다고 하고 쫓아다니는 게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에서 문수를 통해 할 수 있어서 대리만족했다. 문수를 연기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해소가 됐고 재미있었다. 나만 호강했다.
-촬영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 부산이 춥지는 않았는데 바람 때문에 힘들었다. 입을 푼다고 해도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입이 얼었다. 촬영 현장에서 서울에서 촬영하는 사람들이 더 추울 거라는 위안을 얻으면서 촬영했다. 추울까 봐 스태프들이 배려를 많이 해줬다.
가장 힘들었던 건 감정이었다. 아무래도 문수라는 아이가 힘든 걸 속에 쌓아두는 아이인데 그때는 버틸 만했는데 감정을 표출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사실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뱉으면 더 힘든데 표현할 때는 힘든데 하고 나면 시원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표출이 어려웠다.
좋았던 게 윤유선, 안내상, 이준호 등 나와 연기를 맞춰주시는 분들이 진정성 있게 연기를 해주니까 그 눈빛을 보면 감정이 안 나올 수가 없더라. 선배님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감정이 점점 고조돼서 쌓이는 게 있었는데 선배님들이 잘 맞춰주셔서 집중하기가 편했다.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