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유희관, "두산 좌완 100승에 다가가고 싶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2.08 14: 17

[OSEN=이종서 기자] 두산 유희관(32)은 투수조 조장을 맡아 호주 시드니 1차 캠프에서 가장 바쁜 선수 중 한 명이다. 투수조 분위기를 이끌고 후배들을 챙기며 코치들을 보필하느라 정신 없다. 이제는 개인보다 동료, 나아가 팀 전체를 봐야 하는 위치가 됐다.
하지만 큰 부담감은 없다.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워 외국인 선수, 10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유희관은 “지금의 분위기만 유지하면 우리 투수들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자신하며 “개인적으로는 6년 연속 10승, 4년 연속 180이닝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통산 66승인 그는 "두산 좌완 100승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승수를 쌓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캠프 초반이다. 어떻게 훈련하고 있나

가장 큰 것은 역시 부상 방지다. 아무리 좋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부상당하면 팀에 마이너스다. 아프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또 개막이 빨라진 만큼 몸 상태를 3월24일 맞춰 끌어올리려 한다. 팀 훈련 스케줄이 달라졌고 나 역시 준비 과정이 예년과 다르다. 일주일 정도 일찍 시작하는 개막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아주 큰 변화가 있다는 건 아니다. 늘 하던대로 내 루틴대로 몸을 만들고 있다.
▲투수 조장이 됐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있나. 후배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나.
내가 입단했을 때부터 투수조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앞서 조장을 맡은 선배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선수단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왔다. 배운 점도, 느낀 것도 많다. 모든 선배들을 귀감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선배들처럼 잘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뒤에 물러나 있기보다 앞에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형과 동생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좋았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일. 내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다. 투수조는 이 분위기만 잘 유지한다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새 외국인 투수와는 어떻게 지내는가
두 선수 모두 원체 착한 것 같다. 농담도 잘 받아주고 먼저 건네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노력 중이다. 일부러 장난을 치고, 못 하는 영어도 막 쓰고 있다. 올 시즌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팀에 적응하고 빨리 녹아 들어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조장이라는 위치를 떠나 팀 일원으로서 돕고 싶다.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니 두 선수가 마음을 열고 친근하게 받아주는 것 같다.
▲함덕주와 방을 쓰다가 이제는 혼자 쓴다.
외로운 부분이 있다. 혼자 있어 말동무 상대가 없다. 그간 덕주에게 심부름을 자주 시키진 않았지만 혼자 있어보니 할 일이 많더라. 덕주가 아침에 운동갈 때 깨워주고 빨래도 해줬는데...덕주의 소중함을 알겠더라. 그렇다고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혼자 침대에 누워 야구에 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어 좋다. 코치님들을 어떻게 보필해야 할지,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많아 좋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이닝을 소화해 몸 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시즌에 들어가지 않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장)원준이 형과 내가 많이 던져서 시즌 초반 체력 안배를 해줄 수도 있다는 감독님 인터뷰를 봤고, 몇몇 지인들도 걱정 해주신다. 그렇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동안 힘들 때마다, 위기가 올 때마다,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냈다.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시고 생각해주시는만큼 몸 관리를 잘 해서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리겠다.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어느덧 열살 차이 넘는 후배들이 생겼다.
곽빈이랑 박신지는 띠동갑을 넘어섰더라. 둘을 보니 내가 신인이었을 때 생각도 나고, '아 벌써 이렇게 됐나' 싶더라. 둘에게는 이런 저런 편한 얘기를 해주려고 한다. 아무래도 막내이나 보니 눈치를 보고 자신의 성격을 모두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하루는 '편하게, 편하게 해라. 나이 많다고 경기에 나가거나, 어리다고 못 나가는 거 아니다. 잘 하는 선수가 뛰는 거다'고 말해줬다. 가장 어린 두 선수가 재미있고 편하게 훈련해야 팀 분위기도 좋아진다.
▲메인 코치가 바뀌었다. 이강철 수석코치와는 무슨 얘기를 주로 하나
대투수님이다. 대기록도 갖고 있는 분이다. 그래서 코치님께는 내가 먼저 다가갔던 것 같다. '저 좀 가르쳐주세요', '던지는 것 좀 봐주세요'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수석코치님은 '다치지 말고 해 오던대로 하라'고 하셨다. '올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면서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참 감사한 부분이다. 사실 우리 팀에는 이강철 수석코치님은 물론 매년 기록을 써 내려가는 (장)원준이 형이 있다. 나에게는 롤모델이 두 명이나 있는 셈이다. 두 분을 보면 동기부여가 되고 더 큰 목표를 삼을 수 있어 좋다. 따라가는 입장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까
작년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한국시리즈에서 제대로 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졌다. 멋진 시리즈가 됐어야 하는데 무기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뻔하지만, 내 첫 번째 목표는 무조건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6년 연속 10승, 4년 연속 180이닝을 달성하고 싶다.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목표가 없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갖고 있다. 나 역시 이어오던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싶고, 두산 좌완 100승에 더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승수를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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