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생 2막을 시작한 이승엽 KBO 홍보대사에게 2018년 2월은 많이 낯설다. 지난해까지 해외에서 담금질에 나섰는데 올해 한국에서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지난 7일 오전 대구 수성구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이승엽 홍보대사에게 '2월이 낯설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춥다. 지금껏 2월이 이렇게 추운 적이 없었는데 너무 춥다. 몸이 약해져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보다 추위를 더 탄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기사를 통해 캠프 소식을 듣는데 나는 KBO 홍보대사 역할과 재단 설립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럴때면 내가 야구선수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고 덧붙였다.
삼성 선수들 또한 "이승엽 선배가 없는 스프링캠프가 낯설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이승엽 대사는 "선배에 대한 예우 아닐까. 사람은 항상 만남과 이별 속에 산다. 누군가가 내 자리를 잘 메울 것이라고 믿는다. 잊지 않고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대답했다.
KBO 홍보대사로 활동중인 그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없지만 시즌이 되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아마추어 야구에도 관심을 가질 생각이고 KBO리그 경기도 많이 볼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KBO 홍보대사로서 대한민국 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지바 롯데 마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 등 일본 무대에서 8년간 뛰었던 이승엽 대사는 대한민국 야구계의 대표적인 지일파. 한일 야구 교류에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이승엽 대사는 "지금도 한일 야구 교류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나의 힘이 크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
KBO 홍보대사로서 정장을 입을 경우도 많겠지만 트레이닝복을 입고 재능 기부에 나설 일도 적지 않을 듯. 이에 이승엽 대사는 "정장을 입는 건 이제 적응이 됐다. 그동안 '전 야구 선수 이승엽입니다'라고 소개했는데 이제는 'KBO 홍보대사 이승엽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내게 새로운 직업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승엽 대사는 현역 시절부터 풀뿌리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 틈만 나면 인근 초등학교 또는 리틀 야구단에서 재능 기부에 나섰다. 그는 "야구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니까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봐야 한다. 나 역시 어릴 적에 프로야구 선수들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키웠다. 초등학교 때 이만수 선배님이 오신 적이 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내겐 아주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30여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이들에게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매일 갈 수 없겠지만 시간이 나면 전국 어디든 갈 생각"이라고 했다.
야구 꿈나무 육성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중인 이승엽 대사는 "진행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다. 출범 일자는 이르면 이번 주에 정해질 것 같다. 서류 심사 등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아마도 3월 중순 이후가 될 것 같다. 신경써야 할 게 너무나 많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재단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데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격려해주셔서 힘이 난다. 뜻있는 일인 만큼 진짜 잘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를 접하는 그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고 했다. "어린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기대되는 부분인데 재단 설립 및 운영이라는 게 나 혼자만으로 할 수 없으니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나는 분들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하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성격이 바뀐 것 같다. 그동안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굉장히 적극적인 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 낯을 가리는 편인데 이제는 달라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승엽 대사의 스마트폰 배경 화면은 여전히 삼성 유니폼을 입은 사진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짧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니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