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사는 한국 축구. '홍콩 히딩크'가 한국 축구에 제안한 것은 '투명한 프로세스'와 '구조적 개혁'이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일 오전 10시 축구회관 2층 기자실에서 선임소위원회 결과와 향후 감독 선임 등 여러 가지 현안 과제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다.
지난 6일 대한축구협회는 선임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김봉길 U-23 대표팀 감독과의 계약을 중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김봉길호는 지난 1월 27일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4위에 그치며 우승에 실패했다.
이날 브리핑서 김판곤 위원장은 U-23 대표팀의 감독 선임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의 개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먼저 김판곤 위원장은 김봉길 감독 해임과 후임 감독 선임에 대해서 '프로세스'를 강조했다. 그는 "임위원회에서 감독 임명과 해임에 대한 프로세스를 만들었다"며 "김봉길 감독의 해임 역시 절차를 통해 진행했다. 다양한 요소(경기력, 전술 대응 능력, 미디어 대응 능력) 등을 평가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음 감독의 선임 역시 가능한 최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이라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인재풀을 구성했다. 그 인재풀에서 유력한 후보 3명을 선정해서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겠다"며 "향후 감독이 선임된 이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밝힐 수 있는 한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대표팀 감독은 밀실야합이나 인맥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병폐를 차단하고 명확한 프로세스를 통한 감독 선정을 앞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명확한 프로세스를 통해 감독을 포함해서 선수 명단도 구성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U-23 대표팀에 보여준 한국 축구의 퇴보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밝혔다. 지난 U-23 대회에서 김봉길호는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도 밀리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즈베키스탄(1-4 패) 카타르(0-1 패)를 상대로는 완벽하게 경기력에서 밀렸다. 심지어 말레이시아(2-1 승)를 상대로도 압도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U-23 대회를 지켜보면서 한국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 축구 구조로는 매번 똑같은 결과만 보일 수밖에 없다. 선수의 잘못이 아닌 조직의 문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축구는 유럽이나 남미의 선진 축구와 격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다른 아시아 국가와 격차만 좁혀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술 있는 선수를 만들 수 있도록 한국 축구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가 계속된다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아시아 국가는 벨기에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기술위원이나 유스 디렉터를 데려와 시스템 자체를 고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구조 개혁으로 인해 당장 좋아지지 않겠지만 미래를 봐야 한다. 선수나 지도자가 노력하지만 잘못된 구조에서 노력은 의미가 없다. 급진적인 개혁을 떠나서 최소한 한국 축구 변화를 위한 타임라인과 로드맵을 짜야만 한다"고 앞으로 한국 축구의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최근 한국 축구가 위기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K리그의 흥행 부진뿐만 아니라 A대표팀을 포함해서 연령대 대표팀에서도 오락가락하며 방향성을 잃었다.
위기의 순간 한국 축구의 소방수로 나선 김 위원장이 제시한 키워드는 '공정하면서 투명한 프로세스'과 '구조적 개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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