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롯데의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 투수 박세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박세웅은 이날 이번 캠프 두 번째 불펜 피칭을 실시한 날이기도 했다. 어딘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은 확실했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통상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은 2~3일에 한 번 꼴로 불펜 투구를 실시하면서 자신의 밸런스를 점검하고, 시즌 때 투구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든다. 20개 정도의 투구 수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갯수를 늘린다. 선수 마다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정도의 편차가 있지만, 2월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고 두 번째 불펜 투구에 돌입하는 현 시점에 투수들은 보통 4~50개 정도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이틀 연속 투구를 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그리고 이튿날인 7일, 그 해답은 다시 불펜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박세웅은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불펜 투구를 실시했다. 이날 펠릭스 듀브론트, 브룩스 레일리 등 외국인 선수와 조무근, 박시영, 고효준, 이명우, 송승준 등이 불펜에서 자신의 투구를 펼쳐다. 그리고 불펜 투구 시간의 마지막 즈음, 박세웅이 불펜에 등장했다.
사실 박세웅은 앞선 6일 불펜 투구에서 공의 탄착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제구가 높게 되거나, 완전히 옆으로 빠지거나 원바운드로 향했다. 이에 박세웅은 연신 고개를 갸웃 거렸다. 결국 이튿날인 7일, 다시 불펜 마운드에 올랐다. 김원형 코치는 이에 대해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투수들이 불펜 투구를 했을 때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그날 내내 표정이 굳어 있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투수들의 습성을 설명했다. 6일에 나타난 박세웅의 모습이 그랬다. 찝찝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김원형 코치는 오롯이 박세웅의 곁을 지키며 투구 폼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신경 썼다. 와인드업 자세에서 어깨의 힘을 빼며 밸런스를 잡는 것부터 릴리스 포인트 순간의 시선 처리까지 지적했다. 박세웅은 이를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갈수록 공의 위력과 제구는 점점 나아졌다. 공에 힘이 실렸고, 제구 역시 안정적으로 낮게 됐다. 그리고 불펜 투구를 마쳤을 때, 김원형 코치는 다시 박세웅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거렸고, 박세웅도 비로소 미소를 되찾았다. 무언가 깨달은 듯한 모습이었다.
7일 훈련이 끝난 뒤 박세웅에게 이틀 연속 불펜 투구를 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어제(6일) 불펜 투구를 할 때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밸런스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오늘(7일) 코치님께서 한 번 더 불펜을 던져보지 않겠냐고 여쭤도 보시고 저도 한 번 더 할 마음이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7일 불펜 투구 이후 확인한 표정에서는 불펜 투구를 이틀 연속 하게 된 것의 성과를 확인한 듯 보였다. 박세웅은 “좋아진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코치님께서 시선 처리를 강조하셨다. 지난해랑 비교해서 시선이 높아진 것을 낮추고, 던지고자 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면서 “앞의 피칭은 높은 공이 많았는데, 시선을 바꾸면서 밸런스가 유지된 공이 나왔다. 완전 폼을 뜯어고친 것은 아니다. 적응할 필요도 없고 시선을 바꾸면서 더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번 찾은 감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박세웅은 “오늘 좋아진 밸런스를 토대로 몸을 만들면서 더 좋은 밸런스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앞으로 투구를 계속 해 나가겠지만 더 좋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세웅은 지난해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지 두 번째 시즌인 지난해 28경기 171⅓이닝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의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박세웅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완벽한 에이스의 칭호를 얻기까지는 지난 시즌과 같은 꾸준함을 보여줘야 한다.
김원형 코치 역시 “(박)세웅이도 한 뼘 더 성장해야 한다. 10승과 같은 기록을 꾸준히 한 투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로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선발 투수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강조했다. 박세웅 역시 매년 더 나아지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런 마음이 결국 그를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불펜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했고, 서서히 원하는 정답에 가까워지고 있는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