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0·넥센)가 3개월 만에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2017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상품은 이정후였다. ‘이종범의 아들’로 먼저 유명세를 떨친 이정후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144경기 전 경기 출전, 신인최다 179안타, 신인최다 111득점, 타율 3할2푼4리의 놀라운 활약은 ‘역대급 신인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가 터졌다. 이정후는 지난 12월 웨이트 훈련 중 덤벨기구에 찍혀 오른손 약지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6주 진단을 받은 이정후는 미국전지훈련에도 제외됐다. 현재 이정후는 화성의 2군 훈련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넥센 2군 선수들마저 대만으로 떠난 상황에서 이정후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손가락 상태는 어떤가?
▲ 괜찮아졌다. 캐치볼하고 오늘부터 스윙도 시작했다. 아픈 데는 없다. 스윙할 때도 안 아팠다. 가끔씩 멍든 데를 누르는 느낌이 있다. 붓기가 덜 빠졌다. 의사선생님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괜찮다.
스윙을 하니까 좋았다. 일본과 결승전 때 하고 오늘이 처음이었다. 3개월 정도 됐다. 트레이너님 말씀을 잘 듣고 지시하신대로 다 따라해야 한다. 웨이트하고 러닝 뛰고 캐치볼하고 스윙하고 다음 주부터 티배팅을 할 예정이다.
- 어쩌다 다쳤나?
▲ 덤벨을 안보고 내려놓다가 찍혔다. 내 잘못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 슬라이딩하다 베이스에 꺾여서 왼쪽 약지를 다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손가락은 처음 다쳤다.
- 부상 때문에 미국스프링캠프를 못 갔다.
▲ 확실히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 ‘부상을 당하면 안되겠다!’고 느꼈다. 더 확실하게 느꼈다. 미국은 안 가는데 2군 캠프를 갈수도 있다. 상황을 봐야 한다. 20일날 또 검진이 있다. 그 때 완전히 나았다고 판정이 나오면 (대만에) 갈수도 있다. 재활과정 중에 라이브 배팅이 있다. 한국에서 (날씨가) 추운데서 치는 것보다 따뜻한데서 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하라는 대로 몸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 장정석 감독은 어떤 당부를 했나?
▲ 감독님이 괜찮으니까 몸을 천천히 잘 만들라고 하셨다. 단장님도 고척에서 운동할 때 잠깐 뵈었다. 천천히 몸을 만들라고 하셨다.
- 올 시즌 시범경기 적다보니 준비할 기간도 짧다.
▲ 작년과 비교해서 실전감각만 잘 돌아온다면 괜찮을 것 같다. 기술훈련과 체력훈련은 다 하고 있다. 실전감각만 잡으면 괜찮을 것 같다. 체력문제는 아직 나만의 루틴이 없다. 트레이너님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 뼈가 빨리 붙는 홍화씨를 물에 타서 먹고 있다.
- 부상에서 빨리 나아야 한다는 조바심은 없나?
▲ 조바심은 없다. 아쉬움은 있다. 처음 형들이 (미국에) 간다고 기사가 떴을 때 씁쓸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재활군 7-8명과 함께 화성에 남아 운동하고 있다.
- 루키 때 성적이 워낙 좋았다. 2년 차 시즌에 대한 부담은?
▲ 작년에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지 않았다.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올해는 작년과 다를 것이다. 모든 부분에서 작년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부담감은 없다. 타율, 안타수, 득점 등 숫자보다는 팬들이 봤을 때 ‘작년보다 확실히 발전했다’고 말씀하시도록 보여드리고 싶다.
- 애로사항은 뭔가?
▲ 고등학교 때는 길어야 세 경기를 연속으로 했다. 토너먼트에 올라가면 8강, 4강, 결승전까지 3일 3경기를 했다. 프로는 매일 경기를 하니까 체력적인 부분이 힘들었다. 다 처음 보는 투수라 힘들었다. 목요일 경기가 끝나고 새벽에 버스타고 이동해서 자고, 바로 다음 날 게임 준비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제 한 시즌 하다 보니 여름 더운 시기에 혼자서 체력관리 하는 법을 작년보다 알 것 같다. 작년에는 그냥 막 다했다. 쉬는 날 친구도 만났다. 올해는 그런 것도 줄여야겠다. 쉴 때 잘 쉬어야겠다.
- 제일 까다로운 투수가 있다면?
▲ 롯데 레일리다. 못 치겠다. 공이 안 보인다. 안 맞는다. ‘포볼이라도 나가자’ ‘몸에라도 맞고 나가자’고 생각했다. 안되면 공이라도 맞춰서, 파울이라도 쳐서, 뒤타자에게 투구수를 늘리자고 했다. (레일리에게) 10타수 무안타였다. 왼손 스리쿼터라 공이 안 보인다. 또 몸쪽 투심을 던져서 공이 왔다 싶으면 가라앉았다. 투심을 생각하면 커브가 날아왔다. 작년에 (레일리에게) 못 쳤으니 올해는 잘 치고 싶다.
- 자신 있는 투수도 있나?
▲ 프로에서 다들 잘 던진다. 고등학교 때는 타석에서 자신이 있었는데 프로는 다들 공이 좋다. 내가 투수에 맞춰서 잘 연구해서 쳐야 한다. 작년에는 전력분석팀이 많이 도와주셨다.
- 작년에 잘 쳤으니 타격폼은 그대로 가나?
▲ 아직 계획이 없다. 힘 좀 붙고 그러면 그 때 가서 타격코치와 상의하겠다. 웨이트를 불릴 생각은 하고 있다. 지금 82kg다. 시즌 때는 77kg이었다. 작년에도 비시즌 82kg까지 갔는데 캠프에 갔다와서 빠졌다. 시즌 때 77kg를 계속 유지했다. 지금은 좀 살이 쪘다.
- 작년에 홈런이 2개였다. 그것도 두산을 상대로 잠실에서 때린 멀티홈런이었다. 올해는 더 치고 싶나?
▲ 올해 홈런 목표는 없다. 홈런 욕심은 없다. (두산전에서) 홈런을 치고 스윙이 커졌다고 느꼈다. (홈런을) 치니까 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스윙이 커졌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치던대로 치겠다고 했다. 2루타와 3루타는 작년보다 많이 치고 싶다. 그것도 팀에 도움이 된다.
- 박병호 선배와 함께 한다.
▲ 내가 1번을 치면 뒤에 타자들이 너무 좋다. 그만큼 내가 출루하면 점수를 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일단 내가 잘해야 할 것 같다. 뒤 선배님들이 워낙 좋으시다. 작년에 출루율 4할을 하고 싶었는데 막판에 잘 안됐다. (박병호 선배가) 입단식 다음날 야구장에 오셨다. 퇴근하면서 봤다. (나보고) 손가락이 괜찮은지 물어보셨다.
- 첫 시즌 144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올해도 자신 있나?
▲ 감독님이 내보내주시면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파울타구에 맞아서 하루 쉰 적이 있다. 막판에는 레일리가 나와서 마지막에 나선 적이 있다. 레일리가 8회까지 던져서 9회 간신히 대타로 나왔다. LG와 개막 두 경기에서도 대타로 나왔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화성=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