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의 위험한 팔꿈치 사용, 벌금으로 끝날 일인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2.08 06: 16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플레이에 대한 KBL의 징계는 제재금 100만 원이 전부였다.
KBL은 지난 6일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3일 KCC 대 DB전 과도하게 팔꿈치를 휘둘러 한정원의 안면을 가격한 하승진에게 제재금 100만 원을 부과했다.
하승진은 1쿼터 4분 47초를 남기고, 리바운드를 잡은 후 등을 지고 한정원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팔뚝으로 한정원의 안면을 가격했다. 충격을 받고 쓰러진 한정원은 고통을 호소하며 한동안 코트서 일어나지 못했다.

KBL 경기규칙 제 38조에 따르면 경기 중 과격하고 비신사적인 행위를 한 선수에게 실격퇴장 파울을 줄 수 있다. 이 때 해당선수는 퇴장시키고, 신체접촉 피해를 입은 선수에게 자유투 2구를 주도록 돼있다. 하승진의 경우는 충분히 실격퇴장 파울을 줄만한 사유였다.
하지만 해당 심판은 한 단계 낮은 U파울(Unsportsmanlike foul)만 부과하고 하승진에게 퇴장을 명령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한정원이 자유투 2구를 시도하고 DB가 공격권을 가져갔다. 해당경기 심판은 비디오판독까지 실시했으나 하승진에게 퇴장을 주지 않았다.
하승진과 한정원은 사건발생 전에도 두 차례 충돌했다. 1쿼터 종료 6분 52초전과 6분전 하승진은 한정원과 리바운드를 다투는 과정에서 자리싸움을 벌인다. 여기서 하승진이 손을 사용해 한정원을 제압했다. 박스아웃을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동작이다.
하지만 이후 장면에서 하승진은 자신의 등으로 한정원과 접촉해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팔꿈치를 크게 휘둘렀다. 불필요하고 위험한 동작이었다. 하승진이 의도적으로 팔꿈치를 사용했다는 오해까지 살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승진이 한정원을 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농구에서 팔꿈치 사용은 매우 금기시되는 동작이다. 한 번의 실수로 매우 큰 부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팔꿈치를 써서 상대를 위협하는 동작만으로도 예방차원에서 경고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다행히 하승진의 팔꿈치는 정통으로 한정원의 안면을 가격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한정원은 중상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승진은 221cm의 장신이다. 그의 팔꿈치는 다른 선수들의 얼굴에 맞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승진이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하승진이 경기 중 한정원과 이상범 DB 감독에게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하승진에 대한 징계가 출장정지 없이 벌금 100만 원으로 끝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애런 헤인즈는 김민구를 고의로 가격해 물의를 일으켰다. 김민구는 옆구리 부상으로 2주간 코트에 서지 못했다.
KBL은 헤인즈에게 2경기 출전금지와 제재금 5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SK 구단은 자체적으로 헤인즈에게 3경기 추가 출전금지를 내렸다. SK 구단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헤인즈가 김민구와 팬들에게 공개사과를 하도록 했다. 하승진의 플레이가 헤인즈의 파울 못지않게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미루어볼 때 KBL 징계수위가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사안이 위중해 재정위원회에 올렸다. 하승진이 소명을 잘했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끝나고 한정원과 이상범 감독에게도 죄송하다고 했다고 하더라. 엘보우 파울에 대해 150만  원까지 징계를 줬었다. 정황을 감안할 때 재정위원들이 100만 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명에도 불구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벌금 100만 원이 과연 징계로서 재발방지의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 선수보호를 우선시해야 할 KBL이 사안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승진에 대한 징계는 향후 비슷한 플레이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하게 적용했어야 한다.
이 사무총장은 “하승진이 의도적으로 팔꿈치를 휘두른 것은 아니다. 보복성으로 보기 어렵다. 한정원이 팔을 먼저 잡았다. (하승진에게) 약간의 의도성은 있으나 본인이 사과한 것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KBL 규정상 이미 벌금 징계가 내려진 하승진에게 추가 출전금지는 없다. 다만 하승진은 물의를 일으킨점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KCC구단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하승진을 자체징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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