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연애담', 상처뿐인 수작으로..사과·취소·폭로 후폭풍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8.02.07 16: 45

동성 영화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현주 감독과 관련,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만든 영화 '연애담' 역시 상처뿐인 수작이 됐다.
이현주 감독의 영화 '연애담'의 배급사 인디플러그는 7일 공식 SNS를 통해 "'연애담' 이현주 감독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피해자의 고백을 마주하고 본 배급사 역시 당혹과 충격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연애담'을 배급하는 배급사로서 공식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연애담'을 아껴주셨던 관객 여러분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본 사건을 기사 보도로 확인했다는 인디플러그 측은 "배급사 전 직원은 현재 사건에 대해 거듭 논의 중이며, 이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과 반성을 공유하였습니다. 이에 피해자와 관객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라고 사과의 메시지를 띄웠다. "사건의 인지 시점 여부를 떠나서, 해당 감독의 연출작을 배급하는 배급사로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배급사 역시 진실을 외면하고 방조자의 역할에 서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피해자의 지적에 깊이 공감하며, 저희 배급사는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연애담'의 블루레이 출시도 취소된 상황. 플레인 아카이브 측은 6일 공식 SNS를 통해 "'연애담' 블루레이 버전의 출시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플레인 아카이브 측은 이미 블루레이 제작을 거의 마무리한 단계였다. 그러나 영화계에 파문을 끼친 충격적인 사건에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어렵게 제작, 출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현주 감독은 퀴어 영화 '연애담'으로 충무로의 신예 감독으로 단연 주목받았다. 각종 영화 시상식의 신인감독상을 싹쓸이하며 충무로의 스타 감독 탄생을 예고했지만 동성의 동료 영화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영화계에 충격을 안긴 바다.
그런가하면 스태프의 폭로도 이어졌다. '연애담'의 조연출이었던 감정원 씨는 6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2년간의 시간이 떠올라 이 글을 작성하게 됐다”고 말문을 연 후 "'연애담' 촬영 당시 이현주 감독의 폭력적인 언어와 질타를 넘어선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몇몇 사람들은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지 못했다. 이현주 감독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었고, 수차례 상담을 받은 스태프가 있었으나 무사히 촬영을 끝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 현장에 있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침묵했다. 성소수자라는 이름 하에 더 이상의 변명과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는 모습을 이제는 침묵할 수 없다. 폭력은 젠더와 무관하며 피해자는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 갇혀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미술을 공부하는 윤주(이상희)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찾아가는 지수(류선영)의 행복하지만 쌉싸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연애담'은 수작으로 호평받았다. 여성 퀴어 소재를 다루며 그들을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 그리고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환경까지 디테일하게 녹여냈다는 평 속에 각종 영화 시상식을 싹쓸이하며 승승장구 중이었다. 특히 이현주 감독은 '연애담'으로 지난해 제38회 청룡영화상, 제26회 부일영화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현주 감독의 영구 제명 절차를 검토하고 있으며, 여성영화인모임은 이현주 감독에게 수여했던 2017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박탈했다. 이와 더불어 관객들이 사랑한 예뻤던 '연애담'은 지워지지 않을 얼룩으로 오명의 작품이 됐다. '영화와 감독(의 사생활)은 별개로 평가 받아야하나'는 오랜 질문을 다시금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현주 감독은 앞서 피해자 B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이는 피해자 B씨의 '미투' 운동 참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이후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 B씨와의 일이 성폭행이 아닌 합의된 성관계라고 설명하고 대법원의 판결이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nyc@osen.co.kr
[사진] 영화 스틸,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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