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9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2017 K루키즈’ 결선. 오가닉 사이언스, 인플레이스, 악어들, 호아, 레이브릭스, 문댄서즈 등 6팀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우수상은 호아, 최우수상은 레이브릭스, 그리고 영예의 대상은 문댄서즈(MDSZ)에게 돌아갔다. 전기뱀장어(제1대), 웁스나이스(제2대), 아즈버스(제3대), 보이즈 인 더 키친(제4대), 실리카겔(제5대)에 이어 제6대 K루키즈 대상팀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문댄서즈를 만났다. 팀의 리더이자 세컨기타를 맡고 있는 김진영, 리드기타의 송현종, 보컬의 홍폭스, 베이스의 차이환, 드럼의 임채환(위 사진 왼쪽부터), 이렇게 5명이다. 컨셉트가 워낙 강렬하고 선명한 팀이라 인터뷰가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했으나 오히려 다정다감하며 티 하나 묻어있지 않은 순수한 뮤지션들이었다. 역시 뮤지션 중에서 가장 선한 존재는 밴드다. 오는 11일 대상 수상 기념 단독콘서트(홍대 V홀) 준비에 여념이 없는 문댄서즈와의 인터뷰, 시작~~.
= 대상 수상을 축하한다. 보이즈 인 더 치킨, 실리카겔에 이어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나는 세번째 K루키즈 대상팀이다.
(문댄서즈)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 우선 문댄서즈를 아직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해 각자 소개를 부탁드린다.
(홍폭스) “보컬을 맡고 있고 밴드 컨셉트를 주도하는 홍폭스다. 90년생이다.”
= 가면을 자주 쓰는데.
(홍폭스) “맨 처음 EP를 냈을 때 스토리텔링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프랭크’(Frank)라는 음악영화에서 보컬 하는 친구가 가면을 쓰고 나온다. 거기서 따왔다. 건국대 미대를 나와 현재 인테리어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오늘처럼 추운 날은 일이 별로 없어 이렇게 인터뷰에도 참석할 수 있게 됐다(웃음). 보컬 이펙터는 많이들 사용하는 보스 VE-20을 쓴다.”
(김진영) “신스와 기타를 맡고 있다. 91년생이고, 기타는 깁슨의 빈티지 모델인 머로더를 쓴다. 신스는 맥북과 노베이션 마스터를 이용한다. 원래 홍폭스와 함께 건국대 미대를 다니다가 한양대 음대에 학사편입을 했고, 그곳에서 송현종 차이환 등을 만나 문댄서즈를 결성했다.”
(송현종) “리드기타를 맡고 있고 92년생이다. 기타는 펜더의 2000년산 62 빈티지 리이슈 모델을 쓴다. 내가 존경하는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 선생님 제자다. 재즈쪽을 공부해서 학교(한양대)에 들어갔는데, 신 교수님을 만나면서 록음악에 눈을 뜨게 됐다. 그러다 김진영 형님이 같은 학번으로 편입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웃음)”
(차이환) “96년생으로 베이스를 맡고 있다. 물론의 피클래식(P-Classic)과 펜더의 1982년산 62 리이슈 플로터를 쓴다. 1년 조기입학해 14학번으로, 신입생 때 (송)현종 형이 군제대를 했고, (김)진영 형이 편입을 해오셨다. 모두 실용음악과여서 수업도 같이 들었다.”
(김진영) “실용음악과에서는 졸업공연을 해야 학위취득이 된다. 그래서 (2015년 10월) 졸업공연 무대에 오른 팀이 문댄서즈이고, 이 때 보컬이 필요해 부른 주인공이 홍폭스다.”
(차이환) “홍폭스 형이 합류하기 전에 이미 문댄서즈라는 이름으로 한양대 정기공연 사자후 무대에 섰었다.”
(김진영) “문댄서즈가 졸업공연을 위해 짠 팀이지만 준비하다보니 계속 활동해보자는 얘기가 나와 졸업공연 후 그러니까 10월21일 홍대 에프에프(클럽FF)에서 첫 (대외) 공연을 갖기도 했다.”
(임채환) “99년생 팀의 막내로 드럼을 맡고 있다. 타마 드럼을 쓰는데 록드럼에서는 최고다. 문댄서즈에는 2017년 4월에 합류했다. 원래 중학교 때부터 (차)이환 형이랑 동네에서 알던 사이여서 (2015년) 사자후 공연을 보러갔었다. 문댄서즈의 완전 팬이었다. 그러다 2년 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 정리를 해보자. 문댄서즈는 2015년 김진영의 졸업공연을 위해 결성됐고 공연 직전 보컬이 필요해 홍폭스가 가세했다. 그러다 초기 멤버 2명(서동환 장재민)이 나가고 새 멤버로 임채환이 합류, 현재 5인조다. 맞나?
(김진영) “맞다.”
= 그러면 임채환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김진영) “한양대 후배인데다 학교에서 가장 드럼을 잘 치는 친구라서 엄선해서 골랐다.”
#. 문댄서즈의 디스코그래피
= 2016년 9월28일 EP ‘Sailor Moon’ : Spaceship, Starfall, Doctrine, Loom, Fascist
= 2016년 12월16일 무소속 프로젝트 2016 컴필레이션 : Mankind
= 2018년 1월27일 EP ‘Cassini’ : 6, Overcome, Carmine, Get High, Cassini
= K루키즈에는 어떻게 출전하게 됐나.
(홍폭스) “2016년에 더한즈(The Hans)라는 친분이 있던 밴드가 루키즈 지원을 받는 것을 보고 2017년의 목표로 삼았다. (콘진원에서) 관리도 잘 해주더라. 그래서 4월에 신청을 했다.”
(김진영) “신청팀 중에서 12팀을 선발한 뒤 경연을 통해 6월에 다시 6팀을 추렸다. 이 6팀이 바로 해당 연도의 K루키즈로 지원을 똑같이 받는다. 다만 수상금액만 다를 뿐이다. 대상이 500만원, 최우수상이 300만원, 우수상이 200만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어떤 지원을 해주나.
(김진영) “앨범 제작지원, 뮤직비디오 제작지원, 합주 지원 등이다.”
= 그러면 지난 1월27일에 나온 두번째 EP(Cassini)는 K루키즈로서 지원을 받아 제작된 앨범인가.
(김진영) “맞다. 2016년 9월에 첫 EP(Sailor Moon)를 내고 정확히 1년 후인 2017년 9월에 두번째 EP를 내려고 했는데, (6월에) K루키즈가 되고 지원금이 생겨 좀더 퀄리티 있는 앨범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미루다 이번에 나오게 된 것이다.”
= ‘Cassini’ 앨범재킷 디자인은 누가 했나.
(김진영) “첫 EP와 디자인 맥락이 같다. 디자인을 해주는 친구의 성향이 드러난 것이지만, 밴드 로고 자체가 임팩트가 있다. 사진으로는 잘 안드러나지만 실물 CD를 보면 금박이 있는데 토성 띠를 표현했다.”
= 카시니도 그렇고 토성도 그렇고, 이번 앨범은 이런 컨셉트로 만든 것인가.
(김진영) “지난해 9월 임무가 종료된 토성탐사위성 카시니를 기린다는 컨셉트가 우선이었다. 그리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6'인데, 타이틀곡도 ‘6’이지만 토성이 바로 6번째 행성이기도 하다. 앨범 발매일인 1월27일도 역시 토요일이었다. 우리는 컨셉트에 목을 맨다.(웃음) 원래 공연도 2월10일 토요일에 하려고 했으나 대관료가 비싼데다 스케줄도 꽉 차 있어 일요일(2월11일)에 하게 됐다.”
= 새 앨범을 같이 들어보자. 먼저 첫 곡이자 타이틀곡인 ‘6’.
#. ‘Six’ 핵심가사 = We are born to see the stars / You know it, you know it / you know it, you never want / Lie and hide and sigh until the sun light
(김진영) “내용적으로는 우주를 메타포로 삼아서 약간 자기계발적이며 계몽적인 가사를 즐겨 쓴다. 결국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해라, 이런 내용이다.”
(홍폭스) “이 곡에는 뭔가 끓어오르는, 장렬한 이미지가 있다. 이 곡으로 그린플러그드 경연에서 수상을 했고, 이 때부터 팀이 잘 됐다. 당시 침체기를 겪던 터라 좀더 절절하게 노래를 했다. 주로 영어가사를 많이 쓰는데 물론 한글 가사 필요성은 느끼지만 한글로 우주를 표현하는게 쉽지 않더라. 영어 어휘가 부족해 자꾸 비슷한 단어를 쓰게 된다.(웃음)”
(임채환) “지금 들리는 신스 리프는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주려 일부러 가볍게 만들었다. 하이햇도 어둡고 가벼운 소리를 내주는 다크케이를 썼다.”
= 2번째 곡 ‘Ovecome’은 그냥 댄서블하다.
(홍폭스) “맞다. 댄서블이자 달리는 곡이다.”
(임채환) “진짜 마음에 드는 곡이다. 문댄서즈 들어와서 처음으로 같이 만든 곡이다.”
(차이환) “(송)현종 형이 리프 가져왔을 때부터 술술 풀렸다. 작업이 가장 빨리 된 곡이다.”
= 그런데 중간에 ‘Dead or alive get in my way’ 이 대목은 잘 이해가 안간다.
(홍폭스) “사실 처음에 곡을 쓰는 (김)진영한테 ‘Get in my way’와 ‘Dead or alive’를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왠지 멋있을 것 같았다.”
(김진영) “이 곡은 가제가 ‘스타워즈’(star wars)였다. 처음 상상한 이미지는 별들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난하는 사람이 화자가 돼 ‘내 길을 가겠다’, 겟 인 마이 웨이를 외치는 상황이다. 이 곡은 정말 빨리 만들었다. 기타 치는 (송)현종이 리프를 가져와서 그 위에다 코드와 멜로디를 만들었는데 잘 붙는 것 같아 그날 바로 완성됐다.”
(차이환) “(송)현종 형 말로는 기타 리프는 여름의 모기소리라고 하더라.”
(송현종) “여름에 자다가 모기소리 때문에 잠을 못잤다. 결국 일어나서 암울한 음계를 갖고 모기소리를 흉내내 만들었다.”
= ‘Carmine’은 어떤 곡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암적색의’라는 뜻이더라.
(김진영) “헐떡거리는 심장의 색깔을 표현하고 싶었다. ‘카민’은 또한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신발 브랜드이기도 하다.”
(홍폭스) “이 곡은 원래 (김)진영이 갖고 있는 감성을 그대로 담은 한글 가사곡이었지만 내가 도저히 못부르겠더라. 영어로 안바꾸면 못부를 것 같다고 말했다. ‘눈 감지마, 손 놓지마...’ 못견디겠더라(웃음). 보컬은 가사에 마음이 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
(김진영) “이 곡은 문댄서즈 곡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곡이다. 활동 초기에 도심에서 큰 시위가 있었는데 물대포를 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걸 보면서 ‘연대 하자’ ‘손 놓지 말자’ ‘물줄기로 죽일 수 없는 파이어 휴먼이 있다’ 이런 내용으로 썼다. 결코 연인 노래가 아니다.”
= ‘Get High’는 보컬의 역량이 돋보인다.
(임채환) “이 곡은 후렴이 너무 멋있다. 후렴 때문에 버스를 한다는 느낌이다.”
(송현종) “후렴이 먼저 나왔다.”
(홍폭스) “라이브에서 하기가 가장 겁나는 곡이다. 워낙 지르는 부분도 많고 고음역대라서 하고 나면 완전 진이 빠져버린다. 하지만 진짜 부르기 어려운 곡은 ‘6’(식스)다. 조여주면서 불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브에서는 웬만하면 맨 앞에 둔다.”
(김진영) “‘Get High’에는 ‘약에 취하다’는 뜻도 있다.”
(홍폭스) “원래 동명의 다른 곡이 있었다. 리프가 좋아도 만지다 보면 이상하게 산으로 가는 곡이 있다.”
(김진영) “펑크로 갔어야 했다.”
(송현종) “실용음악과 티 좀 내겠다고 하다가 그만..(웃음)”
= 마지막 곡이자 드디어 카시니를 본격적으로 다룬 ‘Cassini’다. 가사도 그렇고 사운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냥 느낌이 왔던 곡이다. 그런데 작사가로 나온 ‘홍현의’는 누구인가.
(홍폭스) “저다(웃음). 사실 ‘폭스’라는 예명은 연예인이 되면 쓰려고 고등학생 때 준비해놓은 이름이다. 제이미 폭스를 좋아했다. 어쨌든 이 곡은 나사 영상을 보다가 만들게 됐다. 카시니라는 위성의 임무종료를 성대하게 축하해주는 모습에 울컥했다. 단순히 기계의 최후가 아니었던 것이다.”
#. ‘Cassini’ 가사
Be a great final
it’s gonna be a long night
The other divers
wanna be a shooting star
We are in the jungle
bright night on this dive
We’ll dive for the honor
to sorrow for the grand finale
Be a great final
it’s gonna be a long night
We’ll dive for the honor
to sorrow for the grand finale
흐름에 몸을 던져 자유에 몸을 뉘어
쉼없이 달렸던 날의 기억
위대한 작은 멈춤 기약 없던 편도
잠시만 빛났던 별 하나
‘I hope you’re all as deeply proud of
this amazing accomplishment
This has been an incredible mission
an incredible spacecraft,
and you’re all an incredible team’
‘SO LONG, CASSINI’
흐름에 몸을 던져 자유에 몸을 뉘어
쉼없이 달렸던 날의 기억
위대한 작은 멈춤 기약 없던 편도
잠시만 빛났던 별 하나
고요한 배웅 끝엔 아무것도
Rest In Peace Great Finale Cassini
고요한 배웅 끝엔 아무것도
Rest In Peace Great Finale Cassini
(임채환) “녹음이 가장 잘된 곡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후렴이 너무 멋있다.”
(홍폭스) “마지막 부분에 허밍이 들어가는데 원래는 없었던 것이다. 녹음을 하다가 허밍이 들어가면서 괜찮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차이환) “가장 힙한 곡이다.”
(홍폭스) “앨범 마지막을 정리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 2월11일 공연이 기대된다.
(홍폭스) “문댄서즈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 제가 팀의 금전관리를 하는데, 브이홀 대관에 포스터, 굿즈, 영상 등 돈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갔다. 적자다. 하지만 갖고 있는 모든 돈을 다 집어넣어 기념비적인 공연을 하고 싶다. 게스트도 클래스가 다르다. 솔루션스가 출연한다. 문댄서즈의 한단계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 왜 그렇게 악착같이 준비를 하나.
(홍폭스) “우리는 소속사가 없다. 회사 없이도 뭔가를 일궈낼 수 있는 밴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공연에 꼭 가겠다. 끝으로 올해 계획을 들어보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임채환) “저희도 보는 사람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밴드 음악은 그게 최고다. 서로 즐거워야 한다. 올해에는 페스티벌에 많이 나가고 싶다.”
(차이환) “사람들에게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전설적인 밴드가 되고 싶다. 나중에는 이름 있는 큰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서보고 싶고, 해외공연도 다니고 싶다."
(송현종) “지난 2년은 루키 티가 많이 났었지만, 이제는 대상도 받고, 큰 공연장도 알아서 대관할 정도가 됐다. 올해는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날 수 있는,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닥을 다져가면서 최고 퀄리티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그런 밴드가 되겠다.”
(김진영) “저희 음악이 신나고 댄서블한 형태를 갖고 있지만, 가사나 연주만큼은 어떤 깊이감이나 철학적, 인문학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뮤지션 느낌이지만, 좀더 엔터테이너가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싼 티겟을 내고 온 관객을 만족시켜 드려야 한다.”
(홍폭스) “걱정이 많다. 이제 슬슬 루키 딱지를 떼는데, 그러면 점점 지원도 힘들어지고 노출도 줄어드는, 애매한 시기가 올 것이다. 한마디로 이도저도 아닌 밴드가 되지 않기 위해 밴드 컨셉트를 평소에 중요시했다. 앞으로도 문댄서즈라는 밴드의 컨셉트를 확실하게 다잡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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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