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스토리] 한용덕 감독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2.07 13: 00

"새로운 도전이다". 
지난 1일 시작된 한화의 일본 스프링캠프. 부임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한용덕(52) 감독의 얼굴에는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다. 캠프가 시작된 뒤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면도를 하지 않았다. 매일 깔끔하게 면도한 한용덕 감독이라 수염을 기른 모습은 낯설게 다가왔다. 
한 감독은 "그동안 하루에 한 번씩 면도를 하고 지냈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예전부터 같이 한 선수들도 지금처럼 수염 기른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선수들이 '감독님이 고뇌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언제까지 수염을 기를지에 대한 물음에 한 감독은 "한국에 돌아갈 때는 깨끗하게 자를 것이다. 캠프 기간까지는 아내와 주변 반응을 봐야겠지만 계속 길러볼까 싶다. 이것도 아직 시도를 안 해본 것이니까, 새로운 도전으로 보면 좋겠다"며 아직은 어색한 수염을 매만졌다. 
그동안 수염을 기르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코치를 할 때에는 위에 감독님이 계시니 수염을 기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었다"는 한 감독은 "감독이 되고 보니 코치 때보다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 코치할 때 걱정이 더 많았다. 내가 못하면 감독님한테 피해가 간다는 생각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한 감독은 "책임지는 자리에 오니 생각이 달라졌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내가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된다"며 "이전까지는 감독님의 성향에 맞추며 내 스타일을 가미시켜야 했다면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당장 한화에 와선 훈련 시간을 대폭 줄였고, 담당 코치들에게도 권한을 확실하게 부여했다. 한 감독은 "파트별 훈련 내용은 코치님들에게 맡겼다. 감독이 관여하는 것보다 코치님이 주가 돼 밀어붙여야 한다. 조율할 것이 있으면 의견을 나누면 된다"고 감독관을 강조했다. 
물론 코치 시절부터 한 감독의 전공 중 하나였던 배팅볼 던지기는 그대로. 지난 6일 오후 엑스트라 훈련조에게 한 박스 분량의 볼을 던졌다. 캠프 시작 후 처음이었다. 한 감독은 "배팅볼을 위해 매일 2시간씩 운동하며 준비했다. 내가 늘 하던 일이다"며 웃어보였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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