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기술 뒤지는 한국 축구, 구조적 개혁 필요"(일문일답)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02.07 10: 46

"김봉길 감독 경질은 프로세스를 통해 정했다. 후임 감독도 정확한 프로세스를 통해 최선의 후보를 뽑겠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전 10시 축구회관 2층 기자실에서 선임소위원회 결과와 향후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가졌다.
앞서 지난 6일 대한축구협회는 선임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김봉길 U-23 대표팀 감독과의 계약을 중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23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 1월 27일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4위에 그치며 우승에 실패했다. 동시에 이번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2020 U-23 챔피언십' 톱 시드권 획득도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감독 선임 브리핑에서 "선임위원회에서 감독 임명과 해임에 대한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대회가 끝나면 프로세스 과정을 걸쳐서 유해임 결정할 계획이었다. U-23 대회에서 대표팀의 경기력과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직접 만나 선수 선발이나 경기 과정이나 대회 과정 등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뿐만 아니라 다음 대회 운영 계획이나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드렸다. 선임위원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반영했다. 위원회에서 선수 선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후 김봉길 감독의 전술 구사와 경기 대처 능력, 대회 과정에서 상대 전술 및 미디어 대응 능력 등 여러 가지를 집중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런 평가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여러 변수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늦게 합류할 선수와 와일드카드 등 여러 선수들을 잘 분석하고 평가해서 전력을 극대화해 최상의 전술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짧은 토너먼트 기간 동안 우리를 잘 알고 상대를 잘 분석할 능력이 있는가가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결론적으로 준비 과정이나 대회 과정에서 김봉길 감독은 잘 대처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단지 결과보다는 과정이나 발전해 가는 모습이 문제였다. 4강전을 지고나서라도 3-4위전에서 발전을 기대했으나 그러한 모습은 없었다. 결국 위원회 논의를 통해 경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차기 감독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감독 선임에 대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인재풀을 구성하고 있다. 인재풀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높은 수준의 감독을 압축해서 논의하겠다. 프로 경력보다는 몇 년 동안 개별 시즌의 결과와 토너먼트 대회 경험 등을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압축한 감독 후보는 직접 만나 인터뷰하겠다. 그분의 축구 철학과 현재 축구 지식, 아시안게임에 대한 지식 등을 논의하겠다.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그 분들의 성품을 평가하겠다. 이것을 잘 정리해서 선임 위원회에서 우선 후보를 선정하겠다. 기한은 2월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발을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일문일답.
- 새 감독의 임기는 아시안 게임에 한정되나 아니면 올림픽까지인가.
▲ 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고민하겠다
- 아시안게임에서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둬도 올림픽까지 믿고 가는가.
▲ 어려운 질문이다.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잘 선정해야 한다. 선정 과정에서 잘 검증된다면 그분이 결과보다도 과정과 경기력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잘 선발하겠다. 대표팀 감독은 클럽과 다르기 때문에 빠른 기간에 팀을 만들 수 있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선정 기준이 사실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이 기준에 만족하는 분을 모시고 싶다. 가장 중요한 점은 경기력의 개선 가능 여부다.
- 아시안 게임 준비 기간이 짧다.
▲ 아시안게임 로드맵을 만들었다. 3월 A매치 기간에 연습 경기를 잡아보고 싶다. 월드컵 기간 중에도 초청대회들을 찾아보겠다. 그런 대회를 통해 짧지만 최대한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기 전에도 최대한의 시간을 들여서 잘 준비하겠다.
- 대표팀 감독 후보 선정은 완료됐나.
▲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10년은 너무 길고 5년에서 7년 사이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 감독을 찾았다. 프로팀 경력보다는 리그 성적과 컵 대회 성적 등을 자세히 살폈다. 할 수 있으면 이름보다는 최근의 경기를 보려고 했다. 계속 경기를 보며 감독의 스타일을 따지고 있다.
얼른 대표팀이 축구의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 네거티브하게 이기는 감독과 포지티브하게 이기는 감독 모두 있다. 그런 방향성을 찾기 위해 여러 분들과 논의하고 있다. 한 사람에게 좌지우지되는 감독 선임이 아닌 한국 축구의 스타일이라는 걸 찾아 제대로 선임하도록 하겠다.
- 감독 선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있다. 이번 감독 선임은 오픈하겠는가.
▲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노력하겠다. 언론과 팬들의 시선이 모두 다르지만 좋은 분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렇다고 너무 틀에 가두지는 않겠다. 과정을 강조했지만 결과도 중요하다. 토너먼트 대회에서 스타일만 따질 순 없다. 경기 스타일뿐만 아니라 결과와 인품 모두 중요하다. 
- 만약 유력 후보가 올림픽까지 임기 연장을 원하면.
▲ 그럴 수는 없다. 진짜 능력있는 감독이면 그런 것을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한다면 아예 다가가지 않겠다.
- 23세 대표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 직접 경기를 보면서 기술적으로 부족함을 느꼈다. 우즈베키스탄전과 카타르전 모두 경기력에서 밀렸다. 말레이시아전도 압도하지 못했다. 지금 한국 축구 구조로는 매번 똑같은 결과만 보일 수밖에 없다. 선수의 잘못이 아닌 조직의 문제다.
한국 축구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술있는 선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구조적 문제가 계속된다면 한국 축구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벨기에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기술위원이나 유스 디렉터를 데려와 고치고 있다. 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당장 결과는 좋아지지 않겠지만 미래를 봐야 한다.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른다라는 반발도 나왔다. 모든 분들이 노력하지만 잘못된 구조에서 노력은 의미가 없다. 당장 못 고치더라도 어떤 구조로 고쳐나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 타임라인과 로드맵을 짜야 한다. 
매번 큰 대회가 끝나면 '한국에는 왜 기술적인 선수가 없는가'라는 소리가 나온다. 그런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 위원회 첫 논의는 어땠는가.
▲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명확한 프로세스를 통해서 감독 선임위원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들에게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된다고 봤다. 대표팀 선임은 국민들과 여러 축구인들이 부여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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