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의 속내를 감춘 고경표-허성태가 끊임없는 반전과 소름릴레이로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가운데 시청자들마저 완벽하게 현혹시켰다.
지난 6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크로스’(신용휘 연출/최민석 극본/스튜디오드래곤, 로고스필름 제작) 4회에서는 강인규(고경표 분)-김형범(허성태 분)이 서로가 던진 미끼에 걸려 의심하고 견제하는 가운데 그 속에 감춰진 은밀한 음모와 그들이 감춰 온 수가 낱낱이 밝혀져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시청률 역시 매회 자체 최고 경신 중이다. ‘크로스’ 4회 시청률은 케이블, 위성, IPTV를 통합한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평균 4.7%, 최고 5.4%를 기록했다. 특히 tvN 타깃 시청층인 2049 시청률에서는 평균 2.6%, 최고 2.9%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전국 가구 기준 / 유료플랫폼 / 닐슨코리아 제공).
이 날 방송에서 눈길을 끈 것은 단연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밀당플레이를 펼친 강인규-김형범의 모습이었다. 살의가 담긴 인규의 처방으로 인해 간염과 급성신부전 등 서서히 죽음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형범. 인규는 고통을 호소하는 형범에게 “몸이 회복되고 있는 과정 중 하나로 보시면 됩니다. 조금 힘들다고 끊으시면 안 됩니다. 꾸준히 드셔야 약효가 있어요”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던 중 인규는 교도소 지원 이유를 묻는 형범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미끼를 던졌고 형범은 “내가 알바 하나 소개시켜줄까? 딱 한번만 눈 감으면 평생 벌 돈 한 번에 쥘 수 있는데”라며 이를 덥썩 물었다. 이에 형범은 자신의 장기밀매단 동료 만식(정도원 분)에게 인규의 연락처를 넘겼고 “코부터 잘 꿰서 한 패만 만들어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우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라며 인규를 자신들의 연장으로 만들기 위한 작당모의를 펼쳤다.
마침내 성사된 인규와 만식의 만남. 만식은 인규에게 대포폰과 건강검진표를 건넸고 “선생님 할 일이 그겁니다. 적출. 신장만 꺼내면 되는 거라 어렵진 않을 거예요”라며 첫 적출을 의뢰했다. 이후 인규는 청진기에 도청기를, 안경 타입 루빼에 소형카메라를 설치하는 장비 작업과 함께 경찰에 ‘금일 저녁 6시경 적출 수술이 이뤄질 예정으로 위치 추적 가능하도록 아래의 주소를 첨부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는 등 장기밀매현장을 폭로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렇듯 모든 것이 인규의 설계대로 진행되는듯했지만 그 또한 형범-만식이 쳐놓은 덫에 걸리고 말았다. 만식은 인규를 폐병원으로 유인한 뒤 그를 전기충격기로 기절시켰고 인규가 정신을 잃은 틈을 타 그의 왕진가방에서 위치추적기를 발견해 버리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
그렇게 인규와 만식이 도착한 곳은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휑한 들판. 그 곳에는 장기적출이 이뤄지는 야외수술실 앰뷸런스가 있었다. 만식은 “그럼 이제 한 팀 하는 겁니다?”라는 말과 함께 앰뷸런스로 안내했고 인규는 그 안에서 생각조차 못한 상황을 직면했다. 수술대 위에 자신의 죽은 여동생을 연상하게 하는 소녀가 잠들어 있던 것.
충격에 휩싸인 인규는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만식은 “시작할까요?”라는 말과 함께 인규가 장기적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끝냈다. 인규는 자신의 손에 메스가 올려지자 오랜 고민 끝에 만식에게 몰래 숨겨놨던 스프레이 파스를 분사,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이 소녀를 들쳐 업은 채 달리기 시작했고 비장한 눈빛으로 이 소녀를 지키고 말겠다는 어떤 굳은 다짐을 내보였다.
앞서 각기 다른 사연의 3가지 부성애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크로스’. 단 하루 만에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숨막히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매회 상상초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로의 목에 날카로운 메스를 겨누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에서 “걱정하지마. 다시는 혼자 두지 않을게”-“아저씨가 너 꼭 지켜줄거야”로 연결되는 가슴 뭉클한 남매애 코드까지 장착했다. 무엇보다 속내를 감춘 채 서로에게 미끼를 던지는 고경표-허성태의 심리 싸움은 단연 압권. 겉으로는 서로를 향해 호의를 드러내면서 뒤로는 또 다른 수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치밀한 설계가 돋보였고 시청자들마저 그들이 던진 미끼에 걸리게 만들었다.
특히 수술대 위 소녀에서 눈물로 범벅된 동생 인주로, 눈물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은 깜깜한 밤길에 넘어진 어린 인규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와중에도 소녀를 온 몸으로 감싸는 현재의 인규로 오버랩되는 장면은 현재의 인규가 과거의 인규의 연속 선상에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또한 고경표-엄지성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으로 벌겋게 충혈된 눈과 섬세한 연기로 슬픔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어린 인규의 아픔을 현재의 인규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동생 인주의 고통이 안타까우면서도 원망스러웠기에, 그런 동생 때문에 온 가족이 희생해야 했기에 잠시나마 그녀를 자신의 삶에서 버리고 싶었던 인규. 그런 그가 소녀를 엎고 팔꿈치에서 피가 철철 나는 상황에도 아픈 줄 모르고 달리는 모습은 청년 인규의 깊은 상처를 드러내면서 현재의 인규가 의사로서 존재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그런 가운데 ‘크로스’ 4회 방송 말미 간절한 눈빛과 절규에 가까운 외침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인규의 절박한 모습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심박이 돌아오지 않는 소녀에게 지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생명을 불어넣는 인규의 모습인 것. 과연 소녀는 살 수 있을지, 인규는 교환이식에 참여할 수 있을지 향후 스토리가 주목된다. /nyc@osen.co.kr
[사진] tvN ‘크로스’ 4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