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영화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현주 감독이 자신의 실명을 직접 밝히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피해자 B씨가 직접 이현주 감독의 입장에 재반박하며 두 사람의 공방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영화계에서는 촉망받는 감독이 동성의 영화 감독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여성 영화 감독 A씨로 알려졌던 인물은 다름아닌 '연애담'을 만든 이현주 감독이었다. 이현주 감독은 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실명을 직접 밝히는 초강수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 B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을 받은 현재까지도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모양새다.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가 저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피해자 B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성애자라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이현주 감독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감당해야 했지만, 제 주장은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 수사부터 대법원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제발 성 정체성에 대한 편견 없이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 판단해 달라고 수없이 부탁드렸지만, 판결문 그 어디에도 저희가 주장했던 점에 대한 판단은 없었습니다"라고 성소수자로서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현주 감독은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저는 너무나도 억울하다"고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을 펼쳤다.
피해자 B씨는 이현주 감독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B씨는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가해자는 심경 고백글에서 사건 이후 '밥 먹고 차먹고 대화하고 잘 헤어졌는데 한달 뒤에 갑자기 신고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저 통화 이후 두차례 통화가 더 있었고 그 통화는 모두 녹취되어 재판부에 증거로 넘겨졌다. 그 두 번의 통화 내내 가해자는 나에게 화를 내고 다그쳤으며 심지어 마지막 통화 후엔 동기를 통해 문자를 보내 '모텔비를 갚아라'고까지 했다"며 "한 달 후에 갑자기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신고하기 까지 약 한달 동안, 사과를 받기 위해 두 차례 더 내가 먼저 전화를 했고 사과는 커녕 내 잘못이라고 탓하는 얘기만 들었다"고 밝혔다.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이현주 감독의 주장에 B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석자 오빠들은 '너는 그때 만취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잠든 너를 침대에 눕혀 놓고 나왔다' 등의 말을 해주었고 조금씩 그제서야 나는 이게 범죄라는 걸 깨달아간 시간이기도 했다"고 이현주 감독과의 일이 합의된 성관계가 아님 성폭행 범죄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B씨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는 이현주 감독에게 "당신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몹쓸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고 전했다./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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