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영화란 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영화를 말한다. 원래 퀴어라는 게 기분이 나쁜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주변에서 동성애자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빗대어 동성애자 스스로가 자신을 ‘퀴어’라 풍자하기 시작하면서 동성연애자라는 의미로 통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영화 ‘환절기’(감독 이동은)는 퀴어 시네마에 속한다. 평소 말수가 적은 수현(지윤호 분)이 용준(이원근 분)을 만나면서 성격이 밝아지고 엄마 미경(배종옥 분)에게도 살갑게 구는 스타일로 변하게 된다. 그 사랑의 모양과 성질이 보통이 아닌, 남들과 다른 특이한 색깔이라고 해도 사랑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고3 아들 수현을 홀로 키우는 미경. 남편이 사업상 외국에 나가 생활하면서 마치 이혼녀처럼 떨어져 살고 있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동네 아주머니들과 모여 고깃집에서 모임을 갖거나 공부 잘하는 모범생 아들에게 간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수현은 엄마에게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니지만 착한 아들이다. 어느 날 수현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용준을 집으로 데리고 와 함께 지내게 된다. 몇 년 후, 군에서 제대한 수현이 용준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진다.
식물인간이 된 수현의 투병생활을 곁에서 지키는 미경은 혼자만 멀쩡히 돌아 온 용준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내 두 아이의 관계를 알게 돼 충격에 빠진다. 용준을 멀리하지만 이내 그를 아들처럼 받아들이고 용서하게 되는 과정이 영화를 이루는 주요 뼈대이다.
‘환절기’가 넓은 의미로 보면 동성애를 다룬 퀴어 시네마라고 부를 수 있지만, 아들만을 바라보며 희생적으로 사는 엄마 미경의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한 가지 장르로만 분류해 낙인을 찍을 수 없다.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두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색깔을 지닌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동성애자는 왜 억압받을까. 동성애자 억압을 없애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동성애자 해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물음을 한 번쯤 떠올려 봤을 것이다.
이 영화는 한 여자의 인생은 물론 이 같은 물음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기도 한다./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