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감독 이동은)가 남자들의 사랑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긴 하지만, 배우 배종옥이 그 중심에서 극을 이끈다는 점에서 여성 영화의 계보를 이을 올해의 작품으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동은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환절기’는 엄마와 아들, 그리고 아들의 친구가 말하는 사랑을 담은 영화이다. 배우 배종옥이 어머니 미경 역을 맡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고, 용준 역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활발하게 오가고 있는 배우 이원근이 맡았다. 또 신예 지윤호가 미경의 아들 수현을 연기해 호흡을 맞췄다.
사실 범죄 스릴러 같은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라기보다 엄마와 아들, 그 아들의 절친한 친구 용준의 내면과 감정을 지켜보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이다.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오늘 같은 시대에 유행을 따르는 작품은 분명 아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긴, 한마디로 사고 한 번 친 적 없던 모범생 아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받아들이기 힘든 하루가 그려진다. 모든 걸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괴로워하던 어머니가 점점 아이들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배종옥은 6일 오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환절기’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2년 전에 촬영한 영화라 저도 개봉을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개봉을 하게 됐다”며 “완성본은 오늘 처음 봤는데, 마음이 뭉클했던 장면이 많았다. 보시는 관객들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종옥의 말마따나 동성애 코드를 떠나 누구나 공감하고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특히 여자가 아닌 누군가의 엄마로 희생하며 살아온 어머니들이 크게 공감할 요소가 많다.
‘환절기’는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돼 KNN 관객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들에게 호평 받았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느낄 감정과 변화를 디테일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 감독은 “6년 전에 제가 시나리오를 썼을 때 사람들 앞에 선보이게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다 명필름에 시나리오가 들어갔고 2년 전 촬영을 마쳐 드디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동은 감독은 처음부터 용준(이원근 분)과 수현(지윤호 분)의 러브라인에 중점을 두기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충격 받은 엄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냈다. 성숙한 중년 여성을 통해 섬세하고 배려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배종옥은 “제 또래 여배우들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으로 선다는 게 쉽지 않지 않나. 그래서 ‘나는 이제 할머니 역할을 해야 하나?’ 싶었다(웃음)”며 “더 늦기 전에 여자의 일생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마음에 의미 있게 찍었다. 나이가 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작품이 된 거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지난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내며, 주연을 맡은 나문희가 내공 깊은 여배우의 저력을 입증했다.
1985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해 올해로 활동 34년차로 접어든 배종옥.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 받은 그녀가 흥행 배턴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