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참가중인 삼성 투수들 가운데 권오준, 윤성환, 팀 아델만은 자율 훈련조에 편성돼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들이 알아서 준비하라는 코칭스태프의 배려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말년 병장으로서 여유를 부릴 만도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체력 훈련 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한 번 더"를 외친다. 과거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극강 마운드의 DNA는 숨길 수 없었다. 권오준과 윤성환은 "자율 훈련이 더 무섭다. 믿고 맡긴다는 건 그만큼 결과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 일정을 마친 젊은 투수들은 권오준, 윤성환 등 베테랑 투수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숙소에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자율 훈련에 나선다.
구단 관계자는 "이런 게 바로 선순환 효과"라며 "과거 정현욱 코치를 비롯해 권오준, 배영수, 윤성환, 오승환 등 팀내 주축 투수들이 훈련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또한 선발 후보군에 포함된 장원삼, 김대우, 최채흥은 같은 훈련조에서 땀을 흘린다. 구단 관계자는 "같은 목표를 가진 선수들을 한 조에 편성해 경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삼성. 마운드가 무너진 게 패인이었다. 선발진 가운데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선수는 윤성환 뿐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페트릭은 5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선발 투수의 평가 잣대인 퀄리티 스타트는 43차례에 불과했다. 이는 10개 구단 중 최소 수치.
팀 평균 자책점(5.88)을 비롯해 피안타(1541), 피홈런(187), 볼넷(548), 이닝당 출루 허용률(.163), 또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나빴다. 야구는 투수 놀음. 그만큼 투수가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마운드가 약하다보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
올 시즌 도약을 화두로 내세운 삼성은 마운드 재건을 첫 번째 목표로 정했다.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극강 마운드를 다시 구축한다는 게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겠지만 신구 조화를 통해 점차 강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