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블랙 팬서', 마블의 미래를 이끌 혁신적인 히어로의 등장이다.
'블랙 팬서'(라이언 쿠글러 감독)는 블랙 팬서의 첫 솔로 무비이자 마블 스튜디오가 2018년 처음으로 선보이는 액션 블록버스터. 올해 10주년을 맞는 마블의 기념비적인 영화로 손색없는 재미와 만듦새를 자랑한다.
티찰라/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는 지난 2016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난 캐릭터. 블랙 팬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아버지 티차카 국왕을 폭탄 테러로 눈 앞에서 잃는 끔찍한 아픔을 겪는다. 폭탄 테러의 용의자로 윈터 솔저(세바스찬 스탠)가 지목되고, 블랙 팬서는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윈터 솔저에게 피의 복수를 결심한다.
그러나 모든 일을 계획한 것은 윈터 솔저가 아닌, 헬무트 제모(다니엘 브륄)였다. 헬무트 제모는 소코비아 사태로 가족을 잃고 어벤져스에게 복수를 다짐한 것. 슈퍼 히어로 군단 어벤져스를 직접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헬무트 제모는 어벤져스의 내부 갈등을 유도해 어벤져스가 자멸하도록 계획을 짰다. 블랙 팬서는 헬무트 제모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복수는 복수만을 낳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아버지의 복수를 멈춘다.
'블랙 팬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후 아버지의 왕좌를 물려받게 된 티찰라, 블랙 팬서의 이야기를 다룬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가장 유의미한 성장을 이뤄낸 블랙 팬서는 '블랙 팬서'를 통해 한 나라의 지도자이자 슈퍼 히어로로서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오른다. 와칸다는 세계 최빈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비브라늄을 토대로 한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미래국가다. 와칸다의 왕이 된 블랙 팬서는 전 세계 앞에 와칸다를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방식대로 와칸다를 철저히 숨길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연출을 맡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블랙 팬서를 영리하게 그려낸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태어난 흑인 영웅 블랙 팬서의 고민과 갈등은 개인적인 고뇌를 넘어 흑인이라는 인종의 고통과 결부된다. 마블, 그리고 '블랙 팬서'가 흑인 영웅을 다루는 법은 '블랙 팬서'를 필람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은 아이언맨만큼 뛰어난 두뇌, 아이언맨을 능가하는 재력, 캡틴 아메리카에 버금가는 신체적 능력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마블의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이다. "국왕 폐하 만세(Long Live The King)'라는 '블랙 팬서'의 티저 문구가 잘 어울리는 블랙 팬서의 등장. 마블에 도래한 채드윅 보스만의 시대다.
블랙 팬서의 유일한 라이벌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는 매력적이면서도 공감가는 빌런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세상을 떠난 티차카 국왕이 와칸다를 지키기 위해 희생시켰던 에릭 킬몽거가 된 마이클 B. 조던은 가장섹시하고 매력적인 빌런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전망.
블랙 팬서와 로맨스를 이어가지만, 블랙 팬서가 지키는 것이 아닌, 슈퍼 히어로 블랙 팬서를 지키는 나키아가 된 루피타 뇽, 국왕인 블랙 팬서와 와칸다를 수호하는 여성 호위대 도라 밀라제의 수장 오코예 다나이 구리라의 활약도 빛난다. 특히 '블랙 팬서' 속 여성 캐릭터의 활약은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한 단계 진화한 비브라늄 슈트부터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찬란한 미래도시 와칸다까지, '블랙 팬서'는 관객들을 즐겁게 할 아름다운 볼거리로 가득차 있다. 마블의 역량을 쏟아부은 압도적인 규모의 CG는 짜릿한 쾌감까지 선사한다. 여기에 아프리카의 전통 문화와 힙합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흑인 문화가 만난 '블랙 팬서' 속 특별한 코드는 흥미로움 그 자체다.
기대를 모았던 부산 촬영분은 가히 압도적이다. '블랙 팬서' 속에서 부산은 비브라늄의 불법 거래가 일어나는 장소로 그려진다.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는 비브라늄을 불법으로 밀거래 하고, 블랙 팬서와 나키아(루피타 뇽), 오코예(다나이 구리라)가 현장인 카지노를 덮치게 되는데, 이 카지노가 다름아닌 부산의 자갈치 시장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는 설정. 블랙 팬서와 나키아, 오코예가 율리시스 클로를 잡기 위해 펼치는 추격전은 기대 이상의 압도적인 스케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카지노 속 화려한 액션부터 전통적인 자갈치 시장과 미래도시 같은 광안대교를 오가며 이어지는 숨막히는 추격신은 '블랙 팬서'의 명장면으로 꼽을만 하다. 특히 "나이로비에서 온 애들인데 부자예요", "위스키 한 잔 주세요" 등 루피타 뇽의 어색한 듯 완벽한 한국어 연기와 부산 장면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싸이의 '행오버'는 '블랙 팬서'에 숨어있는 깨알 재미 포인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블랙 팬서'는 기대한 만큼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정점을 찍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가는 마지막 연결고리로 충분한 재미와 완성도다. 마블의 10주년, 마블의 새 시대를 열 왕이 등장했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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