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담담하게 풀어낸 영화 ‘환절기’(감독 이동은)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6일 오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환절기’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주연을 맡은 배종옥, 이원근, 지원호 등의 배우들과 감독 이동은이 참석해 작품 촬영부터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이들에게 이 작품이 소중한 이유는, 감독이 6년 전 쓴 시나리오가 2년 전인 2016년에 촬영을 마쳤고 이달 22일 개봉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환절기’는 고등학생 수현(지윤호 분)과 그의 절친한 친구 용준(이원근 분)의 우정을 넘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뒤늦게 아들의 정체성을 알게 된 엄마 미경(배종옥 분)의 심경 변화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아들과 절친했던 친구가 사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미경의 시선으로 작품을 풀어냈는데, 마치 일일 드라마를 보는 듯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왠지 모를 따뜻함이 있다. 단순히 동성애, 퀴어 영화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동은 감독은 “(사람들의 취향이 다르지만)저희 영화를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사말을 건넸다. 환절기라는 제목에 대해 이 감독은 “저는 시나리오를 먼저 쓰고 제목을 정하는 편이다. 다 쓰고 난 뒤 계절이 환절기이기도 했다(웃음). 작품 속 인물들이 마치 계절과 계절 사이에 있는 거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제목을 짓게 됐다”며 “환절기에 개봉하려다보니 개봉이 늦어졌다(웃음). 늦게라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6년 전 시나리오를 마친 이 감독은 “사실 이 시나리오가 영화화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고 그냥 저 혼자 쓴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외로운 마음도 있었다. 누가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명필름에 시나리오가 들어갔고 여러 경로를 통해 제작에 들어갔다"며 "2년 전 촬영을 마쳤는데, 시간이 지나 이렇게 (관객들과)나눌 수 있게 돼 정말로 좋다”는 기분을 재차 강조했다.
엄마 미경을 연기한 배종옥은 “2년 전에 찍은 영화라 오늘은 마치 남의 영화를 보듯이 본 거 같다(웃음). 저도 이 영화가 개봉을 못하는지 알았다(웃음)”라며 “오늘 완성본은 처음 봤는데,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던 장면이 여럿 있었다. 관객들도 저와 같은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들과 아들 친구가 사랑하는 관계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미경의 감정을, 배종옥이 내공 깊은 연기력을 기반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터.
용준을 연기한 이원근은 “저와 지윤호 배우나 둘 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엔 굉장히 어색해서 애를 먹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거 같다”며 “어떤 계기로 인해 친해진 건 아니고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던 거 같다. 그만큼 저는 ‘환절기’라는 영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원근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성향을 지녀 정체성에 혼동을 느끼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는 청년 용준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수현을 연기한 지윤호는 이원근과 실제 친구 같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두 배우 모두 낯을 가리느라 힘들었지만 91년생 동갑내기라 나중엔 친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작품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지윤호는 “출연 제안을 받은 첫 번째 작품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디션이 아닌 처음으로 감독님에게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제가 나중에 연기력이 좀 더 쌓이면 한 번 쯤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인데 조금 빠르게 하게 된 거 같다. 현장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동성애를 표현한 이원근과 지윤호의 캐릭터 연기가 빛을 발했다. 지윤호는 “‘환절기’를 통해 배우로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저 같은 신인배우가 배종옥 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는 것에 특히나 감사드린다. '모든 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 영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개봉은 이달 22일./purplish@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