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성주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중계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이유도 알고 어느 정도 이해되는 상황이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는 오로지 '김성주의 중계', 그의 목소리와 해설에 대한 그리움이다. 정치 논리는 배제한.
지난 달 17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승호 새 MBC 사장은 "김성주 전 아나운서는 그동안 MBC를 위해서 큰 기여를 해줬다. 고마운 분이다"라며 "앞서 MBC 내부에 자사 스포츠 캐스터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회사 경영진들이 자사 캐스터들을 배제했다. 그러면서 김성주 캐스터가 활약했는데, 그 분을 과도하게 활용한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본인도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부턴 내부 캐스터들이 돌아와서 활약할 예정이다"고 덧붙이며 공개적으로 김성주를 이번 올림픽 중계에 기용하지 않을 것임을 알린 바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MBC가 김성주를 활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 그리고 김성주 본인이 이를 불편하게 생각한 점 모두 맞는 이야기다.
2000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김성주는 2007년 퇴사한 후 2012년 런던 올림픽 중계를 맡으며 MBC에 복귀했다. 입사 후 7년 뒤 프리랜서 새 출발을 알린 것이었는데, MBC가 당시 김성주를 소위 '배신자'로 여겨 출연시키지 않은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김성주는 그 시기 동안 타 방송사에서 맹활약를 펼치면서 다시금 입지를 다지고 있었고 2012년 MBC는 런던올림픽 당시 총파업으로 인해 비상 상황이 되자 캐스터 자리에 김성주를 다시 불러들였다. 이에 2012 런던올림픽 MBC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MBC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올림픽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크다. 그래서 일단은 MBC를 위해 중계를 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MBC가 살아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라고 캐스터 자리를 수락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김성주는 자신을 향한 질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올림픽 중계를 하게 됐다는 얘기에 격려를 해주는 분들도 있지만,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며 걱정하고 질타하는 분들도 있다"라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쁜 일이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고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김성주는 MBC아나운서들이 파업에서 복귀를 하면 물러난다는 생각을 갖고 이를 시작했다. 'AD카드 발급 직전까지도 아나운서들이 참여한다고 하면 내가 빠져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한 방송을 통해 김성주가 전한 생각은 사실이었고, 실제로 변수가 생길 때까지 끝까지 버티다가 마지막에서야 카드를 받아서 갔다는 전언이다.
프리랜서인 그를 기용하고자 하는 친정 회사이자 고용주의 S.O.S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았겠지만 사실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제의를 수락한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 중계에 대한 사명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스포츠 중계는 김성주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스포츠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고 유명하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합리적이든 의도적이든 MBC의 결정에 있어 아쉬운 부분은 김성주의 실력이다. MBC가 '부득이하게' 김성주를 기용했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외면했다면 시장에서 그는 굳이 배척 당하지 않는다 해도 밀려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케이블에서 종목을 가리지 않고 1000여개 중계를 하며 쌓아온 실력파란 점은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인지도를 넘어 유쾌하면서도 매끄럽고 시청자 눈높이 맞춘 편안한 그의 중계가 갖는 경쟁력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는 김성주만이 스포츠 중계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갖췄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김성주가 오랜 세월 시청자들과 쌓은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김성주의 소위 '배경'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왈가왈부하지만 정작 김성주가 이 '배경'으로 살아남은 게 아니란 사실도 중요하다.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에서 그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를 위한 방송이냐'라는 것일 테다. /nyc@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