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경쟁자를 만들어라?
KIA 최강 타선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착실하게 소화하고 있다. KIA 타순의 특징은 일찌감치 주전 10명이 확정됐다는 점이다. 작년 통합 우승을 이끈 3할 타선의 주전들이 올해도 변화없이 선발라인업에 나설 전망이다. 자리를 크게 위협하는 경쟁자가 없으니 무혈 입성이다.
2017 통합 우승을 이끈 주전들은 이명기(우익수), 김주찬(1루수), 로저 버나디나(중견수), 최형우(좌익수), 나지완(지명타자), 안치홍(2루수), 이범호(3루수), 김민식(포수), 김선빈(유격수) 등 9명이었다. 작년 이들 가운데 7명이 규정타석 타율 3할을 넘었다. 역대 최고 팀타율(.302)와 최다안타(1544개)를 수립했다.
김기태 감독은 2015년 부임 이후 2년 동안 타순을 많이 바꾸었다. 그때는 확실한 4번타자와 1번타자도 없었고 믿을만한 포수도 부재했다. 키스톤콤비-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 라인도 허약했다. 그래서 가용 선수들을 풀가동해 매 경기 타순을 바꾸며 2년을 버텼다. 김 감독은 "어떻게 2년을 버텼는지...선수들이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2017시즌 타선은 환골탈태했다. 4번타자 최형우를 영입했고 영혼의 키스톤콤비 김선빈과 안치홍이 제대했다. 1번타자 이명기와 포수 김민식은 트레이드 영입, 효자 용병 로저 버나디나까지 데려왔다. 6명이나 새 얼굴이었다. 기존의 김주찬 이범호 나지완까지 어우러져 KBO리그 출범 이후 최강의 타선을 구축했다. 김 감독은 "타순에 큰 걱정 없이 시즌을 보냈다"고 웃었다.
올해도 작년 타순을 그대로 가동한다면 정상급 타선이다. 여기에 2000안타를 넘은 베테랑 타자 정성훈까지 영입해 대타 라인을 보강했다. 개인별로 부침이 있겠지만, 사실상 3할 타자가 8명이 포진해 상대에게는 위협적이다. KIA 2연패 도전의 최대 동력이자 투수들에게는 든든함 그 자체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당장 2년 후를 보더라도 현재의 KIA 타선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이다. 10명의 주전 타자 가운데 5명(김주찬, 이범호, 최형우, 버나디나, 나지완)이 만 나이로 33~37살이다. 가장 어린 안치홍이 우리 나이로 29살이다. 안치홍과 김선빈은 2019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날 수도 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주전을 위협하는 젊은 경쟁자를 꼽자면 주전 포수 김민식(29)에게 도전하는 한승택(24)이 거의 유일하다. 꾸준히 타격이 좋아지는 최원준은 유격수와 3루수를 노리고 있지만, 수비력 보강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노관현, 황윤호, 최정민, 김지성(이상 내야수), 유민상(외야수)은 백업 요원 후보들이다.
범위를 넓히면 2017시즌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26홈런을 날린 황대인도 있다. 군입대한 김호령과 이진영은 2년의 성장을 기다려야 한다. 유일하게 본진 캠프에 포함된 고졸 신인 포수 한준수도 있다. 김석환과 류승현 등이 포함된 대만 2군 캠프에서도 샛별을 준비할 것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결점들을 극복하는 미완의 얼굴들이다. 2~3년 안에 주전들의 수혈이 필요한 KIA에게 만만치 않은 과제가 생겼다. /sunn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