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고경표가 냉정함 뒤에 숨겨진 따뜻한 본성을 드러냈다.
시종일관 차가운 표정, 냉철한 태도. 분노에 휩싸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간다. 그 속을 온전히 다 알 수 없어 더욱 궁금한 인물. tvN 월화드라마 ‘크로스’(극본 최민석/연출 신용휘) 속 고경표(강인규 역)의 이야기이다. ‘크로스’에서 고경표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의학도가 된 살의 있는 의사 ‘강인규’로 완벽 변신했다.
고경표는 첫 방송부터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쫀쫀한 연기로 존재감을 제대로 입증해냈다. 싸늘한 눈빛 하나만으로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시청자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강인규는 지난 5일 방송된 3회에서 의사로서 사명감을 다했다. 고지인(전소민 분)과 차를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강인규는 상태가 위중한 임산부 환자를 발견한 것. 신속한 판단으로 응급 처치를 마친 그는 병원에 도착해 고정훈(조재현 분)과 함께 수술을 진행했다. 복중 태아는 무사히 태어났다. 환자 역시 급한 고비는 넘겼지만, 간 손상으로 인해 간 이식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마침 환자는 교도소에 있던 재소자의 딸이었다. 그의 간 공여 및 이식을 위해 강인규는 노력했다. 강인규는 거듭 고마움을 전하는 재소자를 향해 “아버지니까. 자식 위해서 뭐든지 하는”이라고 말하며, 아픈 딸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러 나가던 아버지의 마지막 뒷모습을 떠올렸다. 차갑게만 보였던 강인규의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다.
고경표는 그간 무표정 속에 감춰뒀던 선한 본성을 드러내며 강인규가 가진 섬세한 결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걱정 말라며 재소자의 손을 잡아주는 고경표의 모습에서 차갑고 냉혈한 의사 강인규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착한 의사가 되겠다던 소년 강인규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분명 하나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결을 가진 강인규의 모습을 영리하게 표현해냈다. 그의 입체적 캐릭터는 60분이라는 시간을 촘촘하게 채웠다. 특히 복수심 하나로 의술을 행하던 그가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진짜 의사의 면모를 드러내며, 이후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그간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연기력으로 ‘진화의 아이콘’이라 불린 고경표. 입체적이면서도 특별한 인물 강인규는 고경표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parkjy@osen.co.kr
[사진] '크로스' 캡처